'관세법 시행령' 개정안 오는 4월 시행되지만… '꼼수' 막을 수 없어 실효성 의문
기재부 "카드정보 축적·분석해 고액 관세탈루자 적발 용이…해외여행객 경각심↑"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 올 여름 유럽여행을 계획 중인 A씨는 여러 개의 신용카드를 마련했다. 오는 4월부터 해외에서 600달러를 초과해 신용카드를 긁으면 그 내역이 세관에 실시간으로 통보된다는 사실을 알고 이런 작전을 세웠다. A씨는 공항 입국 시 세관신고를 피하기 위해 해외에서 3000달러 상당의 핸드백을 구입하면서 카드 1개당 600달러씩 5개 카드로 계산할 심산이다.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해외 여행객이 갈수록 늘면서 올 여름 휴가철이나 추석 연휴가 되면 면세 한도(600달러)를 초과하는 물품 반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여행객 휴대품에 부과돼야 할 세금 탈루를 막기 위해 올해 초 관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오는 4월부터 해외에서 신용카드로 600달러 이상의 물품을 구매하거나 현금을 인출하면 해당 내역이 세관에 즉시 통보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여기서 600달러란 카드를 한 번 긁었을 때 실적이다. 고가 사치품을 구입하면서 한 차례당 600달러 이하로 여러 번 분할 결제하거나 여러 개의 카드로 나눠 결제하는 '꼼수'는 막을 수 없어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해외 여행객들이 면세 범위를 넘는 호화 사치품을 몰래 반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대책을 마련했지만, 법망을 벗어날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해외에서 한 분기당 5000달러 이상 물품을 구매하거나 현금을 인출하면 그 내역이 3개월에 한 번씩 카드사에서 관세청으로 통보됐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관세청은 면세한도를 초과하고도 신고하지 않는 여행객을 입국 즉시 적발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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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해외에서 저렴한 물건 여러 개를 구입해도 결제 금액이 600달러만 넘으면 세관에 통보되기 때문에 행정업무가 과중해질 우려가 있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600달러를 초과해 카드결제하는 건수는 하루에만 수천 건이 예상된다. 600달러 이상 결제했더라도 국내에 반입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부는 해외 카드사용에 대한 세부 정보를 축적,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고액 관세탈루자를 찾아내기 용이해졌고, 탈세에 대한 일반인들의 경각심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동안 공항에서 랜덤(무작위) 방식으로 세관 검사가 진행됐지만 이제는 요주 인물을 가려낼 수 있게 된 것"이라며 "특별한 직업이 없는데 출입국 횟수가 잦고 해외 구매 물품이 많다면 감시 대상자로 구분할 수 있으며, 그런 인물은 입국 일자를 확인해 세관검사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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