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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영의 청경우독] '세대전쟁론'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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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선 '세대전쟁' 그 뒤에 웃는 사람 따로 있다…'세대 프레임' 혐오·적대 속 악순환

- 2016년 겨울 광장의 두 가지 풍경
- 수백만 촛불 새 정부 탄생의 주인공 반대편엔 "박근혜 결백" 태극기 집회


[임철영의 청경우독] '세대전쟁론'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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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영의 청경우독] '세대전쟁론'은 틀렸다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2007년 출판된 '88만원 세대'는 20대의 우리들이 '짱돌'을 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제통화기금(IMF)으로 상징되는 최악의 경제위기를 극복한 우리에게 남은 것은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생존 경쟁의 치열함과 터무니없이 저렴한 노동의 대가였기에 적잖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로부터 약 5년 뒤 이 책의 저자 두 명은 절판을 선언했다. 교수 우석훈이 먼저였고 "우석훈이 내세운 절판의 이유에 동의하지 않는다"던 언론인 박권일도 얼마 뒤 같은 결정을 내렸다. 우 교수는 "책을 쓰면서 생각한 변화가 벌어지지 않았다. 죽어도 바리케이드를 치지는 못 하겠다는 20대만 많아졌다"고 했다. 책의 내용이 특정세대가 스스로 변화를 이끌 동력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보고 내린 결정이었다.


상대방 편향 폄훼 통한 정당성 찾기
조직화된 무책임성 속에 숨은 권력들
싸움 선동하며 갈등으로 배 불려


88만원 세대는 왜 짱돌을 들지 않았을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와 불리하게 바뀐 고용의 문제를 알리고 대안을 찾기 위해 정치적 행동에 나서지 않았을까. 한국전쟁 이후 가파른 경제발전 과정에서 부(富)를 이룬 기득권 세대와 부모 세대에 저항하지 않았을까. 진정 그들은 이른바 1987년 6월 민주화항쟁의 전면에 선 당시의 20대, 즉 386세대와는 다른 20대를 사는 존재인가. 수많은 물음이 줄을 잇지만 적확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물음과 부실한 해설에 '세대'라는 개념이 광범위하게 쓰였다는 것 이외에는.


2016년 겨울의 광장은 수백만 명이 모여 들어올린 촛불로 채워졌다. 상상을 초월하는 정권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건이 도화선이 됐던 그 겨울의 촛불혁명은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대통령 박근혜의 모든 권한을 회수했고, 새로운 정부를 탄생시켰다. 동시에 성공한 시민혁명의 한편에는 외딴 섬처럼 모여 대통령 박근혜의 결백을 주장하고 태블릿PC의 존재를 부정하는, 이른바 '태극기 집회'를 연 일군의 국민들이 있었다.


큰 충돌은 없었지만 갈등은 깊었다. 태극기 집회 지지자들은 촛불집회 지지자들을 향해 좌파의 선동에 놀아나는 철없는 세대라고 비판했다. 촛불집회 지지자들은 태극기 집회의 다수를 차지한 나이가 지극한 노인들을 향해 독재와 가파른 경제발전의 향수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세대라고 일갈했다. 언론과 자칭 전문가들은 이를 '세대전쟁' 또는 '세대갈등'으로 표현했고, 그 표현은 1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재생산되고 있다.


시공간으로 치면 완전히 동떨어진 집단이지만 두 가지 단상을 평가하는 관점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회적 갈등을 설명하기 위해 특정 집단을 범주화했다는 점이다. 이는 자신과 다른 상대방을 구분하는 에드워드 사이드식 타자화(他者化)와 닮았다. 차이(차별)와 대립 그리고 갈등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상대방의 시공간적 편향을 폄훼함으로써 정당성을 찾는 과정이다.


'세대 게임'의 저자 전상진 교수는 특정 세대의 경험과 생각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떠나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이 같은 세대 갈등론 또는 세대 전쟁론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나아가 세대 담론의 남용을 비판하면서 세대 밖의 외부자들이 만든 '세대 프레임'을 파괴해야 문제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세대 전쟁론' 실제론 정치적 레토릭
집단 범주화 파괴해야 본질에 접근


저자는 세대 전쟁론이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봤다. '세대 전쟁'은 국가가 제공하는 재원이나 일자리 등 사회적 기회를 둘러싼 세대들의 다툼을 통칭하는데 세대 전쟁론은 이를 기초로 1980년대 중반 대중화됐고, 모호함에 수사를 더해 지지 세력을 규합하는 방식으로 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세대라는 용어는 거의 모든 것을 지칭하지만 아무 것도 지칭하지 않는다. 세대 전쟁론은 학술적 분석보다 정치적 레토릭에 더 가깝다. 복잡하고 다차원에 걸친 사회문제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분석은 부차적이며 도덕적 레토릭으로 싸움을 선동하는 것이 주된 사업"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세대 전쟁론으로는 어떤 세대도 해법을 찾을 수 없으며 이를 선동한 전통적인 자본가나 권력자가 수혜를 입는다고 우려한다. 저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2015년 대국민 담화를 예로 든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 5년 동안 기업이 115조원의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건비가 늘면 청년 채용을 늘리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문제 해결을 위해 기성세대가 고통을 분담하고 고임금, 정규직이 양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자는 이 담화가 일자리를 두고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를 본격적으로 대립시키는 계기가 됐고 대기업 등 기득권자들은 책임을 전가했다고 역설한다.


전 교수는 "청년들의 고통과 절망의 책임은 애오라지 정규직 노동자인 기성 세대의 몫이다. 갑질 대기업도, 편법을 통해 치부한 재벌도, 무능한 정부와 관련 국회의원도 (중략) 책임이 없다"며 박 전 대통령의 담화는 전형적인 데마고기(demagogy), 즉 '조직화된 무책임성'이라고 비판한다. 태극기 집회를 둘러싼 논란도 세대 갈등으로만 보면 이를 기획한 세력만 정치적 이익을 챙긴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 집회를 기획한 세력은 민주와 법치 프레임을 회피하는 집단이기에 모호한 세대 투쟁 프레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세대 투쟁의 프레임은 혐오와 적대의 악순환을 키우는 한편 정치 에너지를 착취하는 세대 게임 플레이어(player)들의 배만 불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저자는 세대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일반론도 경계한다. 일반적으로 '세대'는 큰 사건과 경험이 특정 연령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구체적 행동의 주체가 등장하면서 탄생한다고 하지만 큰 사건과 정치적 행동만을 세대 정체성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프랑스 68혁명 과정에서 일반화된 경구피임약이 여성의 사회 참여를 높이는 데 기여한 과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상적 행동을 통해서도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순수하게 특정 시간의 정체성을 담은 세대는 그 자체만으로는 부작용을 낳지 않는다. 저자의 주장은 '학술적으로든 정치·사회적으로든 세대 그 자체가 가진 긍정적 힘이 크기에 언제든 이를 이용하려는 집단의 준동이 확대될 수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로 요약된다. 세대 프레임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 세대와 세대의 화해와 연대를 영원히 볼 수 없을지 모른다. 무엇보다 태극기 집회에 참석했던 수많은 '시간의 실향민'들과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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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영의 청경우독] '세대전쟁론'은 틀렸다 <세대게임/문학과지성사/전상진 저/1만4000원>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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