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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원의 시와 음악의 황홀 속으로 9]스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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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원의 시와 음악의 황홀 속으로 9]스틱스 장석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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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펑크 레일로드(Grand Funk Railroad)의 <인사이드 룩킹 아웃(Inside Looking Out)> 라이브 클립을 보면서 감탄했다. 그들은 20대 초반에 황홀한 음악을 완성했다. 1970년대가 대중음악의 르네상스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의 음악을 듣는데, 동시대 미국 록 음악의 수준을 과시했던 스틱스가 생각났다. 서둘러 그들의 음악을 찾아보았다. 오래된 엘피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폴더를 열었다. 2개의 앨범과 싱글 20여곡. 유튜브에 산적(山積)한 스틱스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영화배우 애덤 샌들러(Adam Sandler)가 스틱스를 무척 좋아한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에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에 의해 스틱스의 노래 중에서 영화 <<올드 스쿨(Old school)>>에는 <레이디(Lady)>가, <<빅 대디(Big Daddy)>>에는 <컴 세일 어웨이(Come Sail Away)>>가, <<오스틴 파워즈(Austin Powers)>>에는 <미스터 로보토(Mr. Roboto)>(이 노래는 가사 일부에 ‘도모 아리가토 미스터 로보토’라는 일본어가 사용되어 1980년대 우리나라에서 금지곡이었다)가, <<홀 패스(Hall Pass)>>에는 <베스트 오브 타임즈(Best Of Times)>가, <<빌리 매디슨(Billy Madison)>>에는 <레니게이드(Renegade)>가 사운드 트랙으로 쓰였다.

그리스 신화의 ‘이승과 저승 사이에 흐르는 강’ 이름이 스틱스이다. (스틱스를 넘어가면 죽음의 땅. 스틱스를 밴드 이름으로 사용한 이유. 우리의 예술이 음악의 최후 경계선을 이룰 것이다. 우리는 생사의 경계를 이루는 강을 등에 지고 최선을 다해 최고의 음악을 창조할 것이다. 스틱스라는 작명에 숨어 있는 뜻이 이렇지 않을까.) 그들의 음악이 힘을 지니고 있다는 느낌이 뜨겁게 솟아났다. 실력보다 덜 평가받았다고 알려진, 1972년에 시카고(Chicago)에서 데뷔한 밴드. (스틱스의 뮤직 비디오 <베이브(Babe)>에서 시카고 연고 메이저리그 팀 컵스(Cubs)의 유니폼을 입고 노래하는 보컬리스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히트한 싱글 곡이 있지만, 이외의 노래들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디제이 김기덕의 프로그램(아마도 ‘2시의 데이트’이리라)에서 스틱스의 리더이자 보컬리스트 데니스 드 영(Dennis De Young)의 솔로 곡 <사막의 달(Desert Moon)>을 청취했다. 김기덕 ‘아저씨’가 말했다.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목소리라고. 맞는 말이다. 전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데니스 드 영의 목소리를 표현하는 형용사로 ‘낭랑하다’ 말고 무엇이 있을까. 스틱스의 히트곡 <강 위의 배(Boat On The River)>를 클릭했다. 어쿠스틱 발라드. 아코디언의 애수에 젖은 선율, 방랑하는 바람을 연상시키는 맑은 만돌린, 퉁퉁 배음을 전진시키는 더블베이스. 이 회감(回感, Erinnerung)은 무엇일까. 서정은 어디서 발현되는가. 흘러간 저 물결 위에서?


강에 떠 있는 배로
나를 돌아가게 해줘요
나는 가야 해요 따라가야 해요
강 위의 그 배로 다시 돌아간다면
더 이상 울지 않을 것입니다

강물을 응시할 때마다
시간은 그때 그대로인데
그 물결 나의 배를 스쳐 가요
그 물결 나를 부드럽게 어루만져요
나는 더 이상 울지 않을 것입니다


아 강은 넓고
강이 모래 위의 파도처럼 내 삶을 만져줘요
모든 길은 고요 속으로 날 데려가고
그 안에서 내 얼굴에 새겨진 근심은 사라집니다


아 강은 깊고 깊어서
모래 위의 파도처럼 내 인생을 쓰다듬어요
나를 그 배에 태워주세요
당신과 함께
강물 따라 물아래로 흘러가겠습니다
―<강 위의 배>


그날의 그곳으로 돌아갈 수 없는 화자의 염원이 표현된 가사를 읽는다. 흘러간 시간은 돌이킬 수 없다. 화자의 마음속에서만 시간은 그대로이다. 강물이 흉중에 고여 있다.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어느 날인가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이 모순 상황을 언어로 표현하는 듯하다. 저승으로 가기 위해 건너야 하는 강물 앞에서, 리드 기타리스트 타미 쇼(Tommy Shaw)가 애절하게 노래한다. 가사는 노래로 불릴 때, 시가 된다. 마음의 목소리와 아코디언 선율이 합쳐진다. 심금(心琴)이다. 악기와 사람의 말(가사라는 텍스트)이 어울려 <강 위의 배>는 ‘노래―시’가 된다. 음악만으로는, 가사만으로는, 두 요소가 분리되어서는 시적인 노래가 될 수 없다. 텍스트와 노래가 결합되어야만 시의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다. ‘노래―시’ 속에서 청자는 감정의 파도에 휩쓸린다. 지나간 사랑의 물결에 온몸을 맡긴다. 노래 속에서, 가사의 맨 끝에 드러나듯이, 떠나간 ‘당신’을 겨우 만난다. 실체로 존재하는 현재의 노래가 없다면, ‘당신’도 돌아올 수 없다. 우리는 노래 속에서 모든 상실을 망각한다. 노래를 듣는 순간에만 아름다웠던 시절이 재현된다. 가사가 노래와 하나가 될 때, 시적인 순간이 현현한다. (이에 비해, 시는 순수한 문자예술이다. 시는 읽는 텍스트이지 부르는 대상이 아니다.)


[장석원의 시와 음악의 황홀 속으로 9]스틱스 Equinox

오래된 엘피(LP)를 턴테이블에 올린다. 기타가 느리게 유영한다. <스위트 마담 블루(suite madam blue)>가 열린다. 데니스 드 영의 목소리는 지근거리에서 공명한다. 드럼이 걸어온다. 다른 목소리들이 합류한다. 화음 뒤로 기타가 상승하기 시작한다. 앨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Equinox)>>에 실린 이 노래의 구조는 노래의 중반부까지 평탄하다. 키보드는 느리게 다가와서는 점 점 점 상승한다. 기타가 달리기 시작한다. 두 대의 기타가 심장 박동을 타고 협연한다. 노래는 고음에서 활강하는 중이다. 기타가 재차 날개를 펼치고, 건반은 넓은 면적으로 확장하고, 드럼은 군대처럼 행진한다. 노래의 끝으로 인도된 나는 뒤돌아보지만, 지나온 시간을 가늠하지 못한다. 음악이 시간을 조각낸다. 사라진 시간을 바라본다. 음악과 시간이 분리되지 않는 행복이 지속되고 있다.


음악 속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나를 울게 만드는 당신의 사진을 보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어요.” <끝내지 마세요(Don’t Let It End)>의 도입부를 채우는 키보드. 목소리의 질량을 잴 수 있다면…… 이상하게도 이 목소리에는 밝은 빛이 서려 있다. 심벌이 움직이고 베이스 드럼이 고릴라처럼 가슴을 두드린다. 짧게 분절되는 기타와 커튼처럼 배음으로 깔리는 건반 선율 속에서, ‘나를 떠나지 말아요, 제발 끝내지 말아줘요’, 애원하는 남자의 목소리. 기타 솔로가 매끄럽게 흘러내린다. 가수는 노래한다. 당신이 떠나면, 내 고통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거예요. 제발, 제발, 떠나지 마요. 노래가 끝에 도달했다. 장중한 선율과 함께 느려진다. 사랑을 갈구하는 한 남자의 가성이 들려온다. 그녀는 기어이 떠난 것이다. 사랑을 잃은 한 사람의 비명이라고 여겨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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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틱스는 어렵지 않다. ‘팝 록(pop rock)’이라는 용어가 그들의 음악을 이해하는 데 유용할지도 모른다. 팝적인 감각과 록의 에너지가 조화를 이룬 스틱스의 음악은 흥겹고, 선율이 귀에 감기고, 다양한 리듬을 지니고 있다. 분광기를 통과한 스펙트럼 같다. 팝에서 하드 록을 거쳐 프로그레시브 록까지 아우르는 이들의 음악적 지형도를 개관하는 일의 어려움에 상응하는 듣기의 즐거움. 이것은 향락이다. 타미 쇼가 보컬리스트로 데뷔한 곡 <크리스털 볼(Crystal Ball)>의 간주. 키보드가 강물에 어른거린다. 강에 떠 있는 보트 위에서 지나간 사랑을 회억(回憶)한다. 물결의 주름이 펼쳐져 눈부시다. 물은 흘러가서 사라졌지만, 사랑은 물 위에 남아서 노래가 되어 맴돌고 있다. 우리는 아직 스틱스를 건너지 않았다. 강을 넘어서면, 우리는 음악이 없는 검은 저승에 당도하게 될 것이다. 다시 음악이 시작된다. “강에 떠 있는 그 배로 나를 돌아가게 해줘요.” 음악의 강(스틱스)을 거슬러 오른다. 아름답고 격정적인 파워 발라드 <크리미널 마인드(A Criminal Mind)>가 나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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