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수빈 기자]#1 “야, 오늘 숙제만 10장이 넘어. 개에바인 부분. ㅇㅈ?”
“ㅇ ㅇㅈ 이거 완전 에바 쎄바 참치 꽁치 넙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각이네”
#2 “오늘 학교 일찍 끝나서 기분이가 모띠모띠한 부분이다”
“오지고 지리고 아리랑 고개를 넘어 새가 지적일 각이다”
첫 번째 대화는 “숙제량이 너무 많다, 오바다. 인정하니?” “어 인정. 이거 완전 오버다”는 뜻이고, 두 번째 대화는 “오늘 학교가 일찍 끝나서 기분이 좋다”, “그렇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학교에서 급식을 먹는 10대 학생들이 많이 사용해서 ‘급식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언어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대형 커뮤니티, 인터넷 개인 방송자를 통해 확산되며 실생활에서도 자주 쓰이고 있다.
급식체의 대표적인 종류로는 ‘오진다(대단하다)’, ‘지린다(대단하다)’, ‘동의? 어 보감~(동의하냐? 그렇다)’, ‘에바 참치(오버다)’, ‘지리고요, 오지고요. 고요고요 고요한 밤이고요’ 등이 있다.
이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동의? 어 보감~’과 같은 자문자답형과 ‘에베 쎄바 참치 꽁치 넙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각’과 같은 발음이 유사한 단어를 잇는 것이다.
중학교 2학년 문태양 군은 “학교뿐만 아니라 실제로 ‘급식체’를 많이 사용한다”며 “‘급식체’가 일단 재밌고 친구들과 소통이 더 잘 돼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군은 “‘급식체’를 사용하지 않으면 유행에 뒤처지는 느낌이고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급식체’ 사용 이유에 대해 기성세대와 차별화되는 청소년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구축하고자 성향으로 해석하며 이러한 언어 생산·확산에 미디어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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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현재의 ‘급식체’처럼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있었다. 당시에는 한글과 비슷하게 생긴 특수문자, 일본어 등을 활용했으며 현재는 아예 쓰이지 않고 있다.
민병곤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유행어는 어느 시대에나 만들어지기 마련이고 언중들로부터 호응을 얻으면 살아남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소멸 한다. 급식체도 일시적인 현상이다”며 “이를 하위문화로 바라본다면, 사회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급식체를 우리 사회의 언어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문수빈 기자 soobin_22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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