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론자들 "실효성 없어…글로벌 시대 산업구조 왜곡"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정부가 내년 6월 진행될 예정인 헌법개정과 관련해 일각에서 폐지론을 주장하는 '경자유전' 원칙을 유지하는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가 김현권 (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의원에게 제출한 '농업·농촌 관련 헌법조항 현황 및 개정방향'에 따르면 헌법 121조에 명시된 경자유전 원칙은 존치된다. 지난 6월 작성된 이 보고서는 최근 본격화하고 있는 헌법 개정에 대응하기 위해 농식품부가 작성한 연구과제 보고서다.
보고서가 중점적으로 다룬 경자유전 원칙은 한마디로 압축하면 '농지는 농민만 소유하고, 농업에만 사용하라'는 것이다. 경자유전은 과거 소작제도가 횡행하던 시절 자작농을 보호하던 장치였다. 하지만 자작농지 비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경자유전 원칙 폐지론자들은 "현재와 같이 각국의 경제가 세계경제질서에 편입돼 농산물의 국가 간 유통이 이루어지고 기업농이 글로벌하게 활동하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규정을 헌법에 두는 것이 입법자의 탄력적인 경제운영을 저해하고 산업의 구조를 왜곡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경자유전 원칙을 폐기하면 농지투기자본에게 그릇된 신호를 줄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농산물의 생산수단인 농지를 투기 대상으로 전락시켜 지가상승을 초래해 결국 농업 생산수단으로서의 농지 기능을 상실케 한다고 봤다.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경우 수급 안정 장치가 없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했다.
경자유전 원칙 폐지에 대한 폐해로 대만 사례를 들기도 했다. 현재 경자유전 원칙을 폐기한 대만은 농지가격이 폭등해 오히려 농지로서 가치를 잃어가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스위스,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은 경자유전 원칙을 법률로 규정해 놓았고 스위스는 아예 헌법에 이를 명문으로 규정했다고 소개했다.
소작제 금지에 관련해서도 스위스,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의 사례를 들며 임대차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특히 차임에 관한 규제를 통해 소작제 부활을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여전히 생산량의 50% 이상을 소작료(차임)로 징수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오히려 선진화된 대량생산 스마트팜 농업에서 고율의 소작료 징수가 예상된다"고 썼다.
오히려 경자유전 원칙을 폐기하는 대신 현재 법률에서 예외조항을 두고 있는 농지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농지법 제6조에서 비농업인이 상속으로 농지를 취득하는 경우 농지소유를 허용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이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개정하자는 것이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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