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포털 사이트 ‘추석 알바’ 모집 공고 1만 여건
"부모님께 죄송해서" "돈이 필요해서" 고향 대신 알바 택하는 취준생들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서울 동대문구에서 자취 생활 중인 취업준비생 박모(27)씨는 올 추석 고향에 가는 것 대신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결정했다. 대학교를 졸업한 지 1년이 다 됐지만 부모님께 취업소식을 들려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큰 탓이다. 박씨는 “지난 1년 동안 취업준비에 전념한다는 이유로 알바도 하지 않은 채 용돈을 받으며 생활해 왔다”며 “열흘 동안 알바를 하면 부모님께 손을 덜 벌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장 열흘에 이르는 추석을 앞두고 청년들의 ‘단기알바’ 인기가 뜨겁다. 청년들은 추석 알바가 ‘단기간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박씨는 “택배상하차 밤샘 작업의 경우 시급 2만원인 경우도 있었다”며 “8시간씩 5일만 일을 하더라도 90만원이란 큰 목돈이 생긴다”고 말했다.
28일 각종 아르바이트 포털 사이트들은 ‘추석 단기 아르바이트 채용’ 관련 메뉴를 따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한 포털 사이트의 경우 ‘추석’을 키워드로 검색했을 시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가 1만 건이 넘기도 했다.
또 추석 단기알바에 지원하겠다는 구직 게시물은 400건에 달했다. 이 중 약 70% 가량은 20대와 30대 초반의 사람들이었다. 이 가운데엔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에 도움이 되고자 추석 알바를 지원합니다”라는 글이 있을 정도로 취업준비생들의 추석 알바 구하기 열기는 뜨거웠다.
한편, 부모님이나 친척의 잔소리를 피하기 위한 탈출구로서 알바를 택하는 이들도 있다.
취업준비생 우모(28)씨는 추석 연휴 동안 편의점 알바를 할 예정이다. 우씨는 지난해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하다 올해 부산 부모님댁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우씨는 “명절 때 큰집인 부모님댁으로 모이는 친척들과 최대한 덜 마주치기 위해 알바를 하기로 했다”며 “친척들이 한마디씩 던지는 조언이 너무 스트레스를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씨는 “친척들은 항상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일 해보면 다 똑같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어른들은 진심어린 조언일지 몰라도 듣는 사람에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지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아르바이트 포털 사이트 알바천국이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전국 20대 회원 1190명을 대상으로 ‘알바생과 추석 스트레스’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1.9%가 다가오는 추석을 “혼자 보내겠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아르바이트 때문에(27.2%)”, “친척 및 가족들의 잔소리를 피하고 싶어서(23.4)”라고 말했다. 이어 “취업준비 및 시험준비 때문에(17.3%)”,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어서(12.2%)”, “기타(7.8%)”, “명절기간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3.9%)” 순으로 조사됐다.
이와 반대로 ‘추석명절 가장 듣고 싶은 덕담 한 마디’는 “용돈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29.5%)”인 것으로 나타났다. “늦지 않았어 천천히 해 나가면 돼(17.7%)”, “하고 싶은 일 있으면 주저 말고 해(14.2%)”가 뒤를 이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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