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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counter]한강의 기적 동력, 일제·원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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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counter]한강의 기적 동력, 일제·원조 아니다 한국경제사의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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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공업화의 연속성 주장에 반박...한국전쟁 이후 폐허 속 국가 재건
상대적으로 많은 공적개발원조 혜택...전 세계 중간 수준 수치 내세워 재해석
한국경제의 과거, 새로운 연구 제시...수출 관련 정책·KDI 등서 해법 찾기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한강의 기적.' 찢어지게 가난했던 한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을 가리키는 말이다. 20세기에 접어들 무렵 한국은 국력이 약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광복 이후에도 분단과 혼란, 전쟁으로 인해 가난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이후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뤄 1980년에 전 세계 평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돌파했다. 2010년에는 서유럽의 선진 12개국이나 일본과 거의 동일한 수준에 도달했다. 지난 100여년의 세계사에서 이런 성취와 반전을 거둔 나라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 때문에 지난 반세기의 발자취는 개발도상국들의 본보기로 자주 거론된다. 미국의 원조와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새마을운동, 수입대체전략, 수출주도전략, 경부고속도로, 인력 수출. 다양한 요인들이 제기되지만, 학계의 탐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외려 정치 또는 이데올로기의 소산이거나, 국수주의적 또는 민족주의적 정서의 표출인 경우가 많았다. 이런 오류를 바로잡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으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쓴 '한국경제사의 재해석: 식민지기ㆍ1950년대ㆍ고도성장기'는 이러한 한계에 과감히 맞선 도서다. 정치적 지향이나 이데올로기, 과거의 선험적 믿음 등을 배제하고, 경제사 연구가 답해야 할 질문을 명확하게 설정한다. 엄밀한 이론과 방대한 자료, 치밀한 분석에 기초해 한국 경제의 과거를 새롭게 해석한 연구 결과들을 제시한다. 관련성이 깊은 개별논문 여덟 권을 한데 묶어 각자 가지는 의미를 부각하면서, 한국 경제의 성장과 진화에 대한 역사상을 한층 명확하게 드러낸다.

저자는 근대 경제 성장의 길로 접어들게 된 출발선을 1945년 이후로 본다. 그런데 이 책은 제1부 식민지기와 제2부 1950년대와 고도성장기로 나눠져 있다. 한국 경제가 식민지기에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는 연구가 최근 속속 등장한 까닭이다. 저자는 "이러한 연구들을 근거로 해서 광복 이후의 근대 경제 성장을 식민지기 경제 성장과 연속된 혹은 이것이 지속된 결과라고 파악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다양한 주장이 제기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뒀지만, 그는 광복 이전과 이후의 경제성장을 불연속적으로 본다. 휴전 이후에 근대 경제성장이 시작된 것으로 한정한다. 식민지 조선 경제가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룩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광복 이후와 연결하는데 무리가 따른다고 봤기 때문이다.


식민지기 공업화는 북한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됐다. 이 때문에 남한 지역의 경제 성장은 식민지 이전 공업화와 단절된 측면이 강하다. 아울러 광복 이후의 혼란, 일본 기술자들의 귀국, 한국전쟁 등으로 식민지기에 축적된 남한지역의 물적 자본들은 크게 훼손됐다. 광복 이전에 형성된 여러 가지 제도나 인적 자본이 광복 이후의 경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요인들은 광복 이후 경제 성장을 가능하게 한 '조건'에 가까울 뿐, 실제 경제 성장을 촉발한 '기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제도적 기반과 인적 자원이 갖춰져 있었다고 하더라도, 휴전 이후의 상황에서 외생적 요인의 작용 없이 근대 경제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가리키는 외생적 요인으로 많은 이들은 원조를 꼽는다.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선진국의 원조가 성공했던 사례, 즉 수원국(受援國) 가운데 지속적 경제 성장의 길로 접어들었던 나라는 매우 드물다. 한국은 선진국들과 국제기구로부터 많은 원조를 받던 최빈국 가운데 하나에서 공여국으로 탈바꿈했다.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저자는 외국으로부터 받은 공적개발원조의 총액부터 꼼꼼하게 되짚는다.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공적개발원조(ODA)의 기준을 살펴보고, 한국에 주어진 원조에 대한 각종 통계를 비교 및 분석해 이 기준에 맞는 원조액을 계산한다. 또 이 수치가 얼마나 되는 규모인지를 다른 나라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비교해 시사점을 도출한다.


저자의 분석 결과 1945년부터 1999년까지 한국이 받은 순 ODA 총액은 연도별 경상액 기준으로 약 77억달러, 2010년 불변액 기준으로는 약 456억달러다. 휴전이 이뤄진 1953년부터 1999년까지로 범위를 좁히면 명목 ODA 수령액은 69억달러, 2010년 기준 실질액은 391억달러다. 대부분 1980년 이전에 이뤄졌는데, 1945년부터 1960년경까지는 주로 증여의 형태로, 그 이후부터 1980년경까지는 양허성 공공차관의 형태로 제공됐다. 1960년대 이후 전 세계 개발도상국들이 받은 원조 규모와 비교해 볼 때, 한국이 받은 ODA 총액은 약 20위 정도 수준이다. 인구 1인당 ODA 수령액이나 GDP 대비 ODA 수령액이 전 세계 ODA 수령국 가운데 중간 수준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의미에서 높은 수준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원조를 받아 경제 발전을 이뤘다는 추론을 뒷받침하지 못한다. 한국이 원조를 활용함에 있어 다른 나라들보다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거나 경제안정화처럼 다른 경로를 통해 작동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원동력이 다른 곳에 있는 셈이다. 저자는 해답을 찾기 위해 1962년부터 1986년까지 개최된 수출진흥확대회의의 기능과 진화 과정을 분석하고, 무역 관련 정부 정책들을 중간재 생산의 육성이라는 측면에서 재조명하는 등 중간재 생산 및 교역 확대에 대한 정부 정책의 기여도를 평가한다. 또 한국에서 설립된 가장 오래된 정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어떤 방식으로 변화에 대응해 작동해 나갔는지 등을 세세하게 분석한다. 모두 앞으로 학계에서 제대로 던져지고 탐구돼야 할 질문들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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