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영국의 실업률이 4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14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앞둔 마크 카니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낮은 실업률을 근거로 3%에 육박하는 물가상승률을 잡기 위해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매파에 맞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의 불확실성과 부진한 임금인상률 등을 내세워 금리 동결을 외치는 비둘기파의 논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13일 영국 통계청이 발표한 5~7월 실업률은 1975년 이래 가장 낮은 4.3%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4.9%보다 0.6%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이전 조사(4~6월, 4.4%) 대비로도 낮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의 실업률이 중앙은행의 장기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낮게 나타나 통화 정책에 대한 중앙은행의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임금과 브렉시트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9%로, 중앙은행 목표치인 2%를 훌쩍 뛰어넘어 3%를 목전에 두고 있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올해와 내년 물가전망치를 높여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실업률, 물가상승률 지표는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매파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브렉시트 협상의 불확실성 등을 감안할 때 이날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도 금리동결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BOE의 통화정책결정기구인 통화정책위원회(MPC)는 사상 최저 수준인 기준금리를 0.25%로 동결하고 오히려 경제성장전망치를 낮추는 행보를 이어갔다.
실업률이 낮아졌다하더라도, 임금상승률이 여전히 개선되지 못했다는 점은 비둘기파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같은 날 발표된 5~7월 명목임금 인상률은 2.1%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조사한 전문가 예상치를 0.1%포인트 밑돌았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임금은 오히려 1년 전보다 0.4%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중앙은행의 난제라고 FT는 진단했다. "금리인상을 압박할 수는 있겠지만, 촉발하지는 않을 것", "중앙은행이 매파적 신호를 보낼 가능성은 있지만, 즉각적인 결정은 없을 것"이라는 게 주요 외신들의 평가다.
사무엘 툼 판테온거시경제 연구소 수석 애널리스트는 "올해 영국 기준 금리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인플레이션은 다소 가라 앉은데다, 국내총생산(GDP) 성장세가 더 높은 금리를 견디기에는 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랜코 베리크 모넥스 유럽 애널리스트는 "물가 급등이 투자 심리를 냉각시키기에 충분했다"며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얼마나 인내심을 보일지에 달렸다"고 언급했다.
한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유로지역에서 내년 한 해 동안 서서히 양적완화 정책이 축소될 전망"이라며 "2019년 말까지 정책금리가 인상되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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