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 준비한 결의안 초안서 후퇴는 아쉬운 점
北 추가 도발 땐 원유공급 차단 강화 계기 마련
섬유 금수·노동자 고용 제재·해상 검색도 확대
전문가 "핵 개발 저지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11일(현지시간)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결의한 대북 제재안은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9일만에 신속한 결의안을 채택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또한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 대북 원유공급 차단의 물꼬를 틀었다는 점도 의의가 크다.
다만 미국이 준비한 결의안 초안에서 후퇴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대북 원유수출 전면 금지 조치가 제외됐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자산 동결도 최종안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과 고려항공도 이번 제재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응해 원유 공급 차단의 수위를 높여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고 미국의 초안대로 섬유ㆍ의류 수출금지 조치가 채택됨에 따라 북한 경제에 어느 정도 타격을 줄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ㆍ외교 전문가들과 정부는 이번에 처음 채택된 북한의 섬유제품 전면 수출금지와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에 대한 제재 강화로 북한에 연 10억 달러(1조1350억 원)의 외화 유입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 원유 공급 내년부터 200만 배럴로 축소 = 북한으로 들어가는 원유는 그대로 유지되지만 정유제품은 연말까지 50만배럴으로 줄어든다. 내년엔 연간 총 200만배럴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북한에 유입되는 정유 제품의 규모가 약 45% 수준으로 감축되는 것이다.
북한이 수입하는 원유는 연간 400만 배럴 규모이고 정유제품은 약 450만배럴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이 수치에 대한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부분이 애매하다. 북한의 원유공급량을 확인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난제로 부각되고 있다. 북한의 주요 원유 수입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신고 내용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원유 콘덴세이트(천연가스에 섞여 나오는 경질 휘발성 액체 탄화수소)와 액화천연가스(LNG)는 대북 수출이 전면 금지됐다. 대북 제재 대상에 유류가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를 얻어 북한의 생명줄인 에너지에 대한 제재가 실질적으로 실행된다는 점에서 북한은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 섬유 금수ㆍ노동자 제재로 8억 달러 자금 차단 = 직물과 의류 중간제품 및 완제품 등 섬유 수출금지를 통해 북한은 연 8억 달러 상당의 수출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해외노동자 송출 제한으로는 연 2억 달러의 외화 수입을 막을 수 있다. 이번 안보리 결의안 채택으로 북한은 총 10억 달러에 상당하는 외화벌이가 발목이 잡히는 셈이다. 이는 북한 연 수출액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발표한 지난해 북한 대외무역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수출품목 1위는 석탄 등 광물로 11억9000만 달러(42.3%)를 기록했다. 2위는 의류인데 7억3000만 달러(25.8%)어치를 수출했다. 지난달 5일 제재 조치된 광물ㆍ수산물 수출금지에 이어 이번 섬유제품 수출금지가 겹치면 주요 품목의 수출이 90% 이상 차단되는 것이다.
◆ 북한 노동자 신규고용 금지=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가 건별로 사전 허가를 하지 않는 한 북한 노동자의 신규 고용이 금지된다. 기존에 고용된 북한 노동자도 계약 기간이 만료될 경우 신규 고용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에 대한 제재가 강화된 만큼 북한의 경제적 타격도 불가피하다. 북한의 해외 노동자는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전 세계 40여 개국에 최소 5만 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해외 노동자들이 벌어들인 외화의 90% 이상은 북한 당국에 상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노동자의 송금으로 인한 북한의 외화 수입 규모는 연간 2억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이미 고용된 노동자는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신규 고용허가를 내주지 않도록 했기 때문에 추가 고용은 기대하기 어렵다.
중러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미국의 제재에 가세하면서 북한 노동자를 줄여가는 추세다.
◆ 북한 선박 해상 검색 강화 = 금수품목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에 대한 공해상 검색도 강화되지만 크게 후퇴한 수준이다. 당초에는 강제적인 검색 의무를 부여할 방침이었지만 선박 국적국의 동의를 얻어 검색을 촉구하는 정도로 수위를 낮췄다.
선박 국적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해당 선박을 항구로 이동시켜 검색할 수 있다. 이를 거부할 경우 제재위원회에서 해당 선박의 자산을 동결하고, 등록 취소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공해상에서 선박 대 선박으로의 물품 등 이전을 금지했다. 한밤중에 해산물을 잡아 중국 선박으로 넘기는 행위가 금지되지만 단속 여부와 실효성은 불투명하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추가적인 압박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원유의 경우 군수가 우선이 돼 민수쪽 공급이 줄면서 주민들의 고통이 커질 것이고, 해외 노동자 제재가 강화되면서 외화벌이도 줄어들 것"이라면서 "다만 핵 완성을 앞둔 북한의 핵 개발을 완전히 저지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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