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한 시민이 기간제교사와 스포츠강사, 영어회화 전문강사 등의 정규직화 반대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교육부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가 정규직화를 요구해 온 5만5000여명 가운데 1000여명만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고용 안정을 둘러싼 교단 내 갈등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 커녕 당분간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심의위가 이들 비정규직 교원과 강사들을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유애는 기존 교사나 교직 진출을 앞두고 있는 교육대학 재학생, 그리고 임용시험을 준비중인 수험생들의 반발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전국적으로 4만6000명을 웃도는 기간제교사의 경우 "청년 선호 일자리인 정규교원 채용에서 사회적 형평성 논란 등을 고려해 정규직 전환은 어려운 것으로 판단했다"는 게 심의위의 설명이다.
영어회화 전문강사에 대해서도 "현재의 교원 양성·선발 체제의 예외를 인정함으로써 교육현장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초등 스포츠강사 역시 "당초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시작됐다"며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으로 고려할 수 없다고 봤다.
문제는 이같은 검토 과정에서 한정된 교사 자리를 둘러싸고 교직사회 내 갈등이 증폭됐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당초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심의위가 논의한 결과를 비중 있게 받아들여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을 찾겠다고 했다. 특히 정규직 전환이나 무기계약직화와 같은 당장의 해결책이 아니더라도 정부 정책과 발맞춰 향후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할 로드맵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현직 교사들과 기간제교사, 비정규직 강사,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예비교사 등 이해당사자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교원단체와 기간제교사들은 각각 정규직 전환 반대와 정규직 전환 요구를 외치며 집단행동에 나섰고, 교사 선발인원 급감에 분노한 임용시험 준비생들까지 가세해 심의위를 압박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최근 입장을 바꿔 기간제 교사의 일괄적·즉각적인 정규직 전환에는 동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수년째 계속돼 온 교육부의 주먹구구식 교원수급 문제까지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사안은 증폭됐다. 갈등이 격해지자 심의위는 일정과 안건 등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최종 결과 발표 직전인 지난 9일까지 회의를 이어갔다.
이 때문에 11일 발표된 심의위 결과를 놓고서도 "교육부가 학교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갈등만 키우고 비정규직을 고착화시켰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당초 상시업무는 정규직화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가 사라졌다"며 "심의위가 여론을 의식한 정치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교원단체 등 기존 정규직화에 반대했던 교원단체들은 이번 심의위 결정으로 논란이 일단락되기를 기대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공개전형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교육현장의 요구에 부응한 결정"이라며 "앞으로 시도교육청 정규직 전환 심의위의 논의과정에서도 교육부의 정규직 전환심의위 가이드라인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