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곳 중 5곳 CP그룹 품에, 나머지 1곳도 서둘러 처분 예정
"현지화 실패에 사드 이슈까지" 하면 할수록 밑지는 장사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이마트가 연내 중국 시장에서 완전 철수한다는 목표로 점포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적자만 안기고 관(官) 리스크도 큰 중국 사업을 서둘러 정리한 뒤 여타 해외 사업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중국 매장 총 6곳 중 5곳을 태국 최대 재벌인 CP그룹에 매각할 예정이다. 이마트 루이홍점, 무단장점, 난차오점, 창장점, 시산점 운영권이 CP그룹에 넘어간다.
이마트와 CP그룹 간 매각 협상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확정 발표만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CP그룹은 중국에서 슈퍼마켓 브랜드 로터스를 운영하고 있다. 상하이(15개)와 광둥(30개)을 비롯해 베이징, 장쑤, 산둥 등 중국 동남부 지역이 주력 시장이다. CP그룹이 인수하는 이마트 5개 매장도 로터스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이마트는 나머지 1개 점포인 화차오점도 서둘러 매각할 예정이다. 하루라도 일찍 닫아 다른 해외 사업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달 24일 스타필드 고양 개장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중국 사업은 철수 절차를 밟는 중"이라며 "아마 연말이면 완벽하게 철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다만 정 부회장은 "(연말 완전 철수는) 희망사항인데, 철수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사업에 대한 회한이 엿보이는 발언이다.
![中사업 정리 속도 내는 이마트…태국 재벌기업에 매각 코앞](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17010407234112237_1.jpg)
이마트는 1997년 '1000호점 오픈'을 목표로 중국 시장에 진출해 한때 현지 매장이 30개에 육박했다가 2011년 이후 구조조정을 이어와 6개로 쪼그라들었다. 최근엔 지난해 12월 상하이의 중국 1호점(취양점) 문을 닫았고, 지난 4월 말 라오시먼점 임대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폐점했다.
이마트가 중국 사업을 최소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 악화다. 2011년 중국 이마트는 한 해에만 1000억원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5년 간 누적 적자액만 2000억원에 달한다. 중국 입지 선정·현지화 실패, 높은 임차료 등 악재가 쌓인 탓이다. 특히 중국 이마트는 현지 중간 도매상 등과 면밀한 관계를 맺지 못해 물건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성 조치까지 이어지면서 이마트는 '차이나 엑소더스'에 동참하게 됐다.
한편 이마트는 중국 사업을 접으면서 생긴 여력을 다른 나라에 집중할 계획이다. 정 부회장은 "몽골에서 (지난해 7월) 이마트 1호점에 이은 2호점 개점을 준비하고 있다"며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과도 접촉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상반기 이마트의 해외 진출과 관련해 깜짝 놀랄 발표가 있다"고 예고했다.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중국 사업 철수에 힘입어 이마트는 연간 기준 적자를 200억원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며 "비효율적 사업에 대한 상시적 구조조정과 주력 사업에 집중하는 합리적 경영의 사례라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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