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북한에 대한 경제적 봉쇄를 통해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고 대화의 테이블로 이끌어 내기 위한 우리 정부의 '대북 포위(包圍)외교'가 시작단계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북한에 대한 포위외교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당사국인 우리와 북한을 제외한 미·일·중·러 등 4강국의 협조와 동참은 필수조건이다. 그러나 대북 제재의 핵심인 원유 공급중단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면서 대북 포위외교는 성립조차 불투명해졌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 중단 등을 요청했지만 사실상 거절당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중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시 주석은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시행을 압박하며 대북 원유 공급 차단을 강력하게 요청했지만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북한에 공급하는 원유에는 파라핀 성분이 포함돼 일정 기간 송유관 가동을 중단하면 관이 막히는 기술적 문제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중국은 원유 공급중단으로 인한 북한의 경제적 타격과 그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식통은 "북한은 원유 수입량의 9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원유공급 중단으로 북한 경제가 직격탄을 맞으면 북한 지도부의 반감이 중국으로 쏠릴 수 있다"면서 "굶주린 북한 주민들이 대거 국경을 넘는 난민문제도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6차 핵실험을 했는데도 이전 제재와 별 차이가 없으면 북한의 도발 강도는 더 강하질 것"이라면서 "도발하면 원유공급 중단 등 고통을 받을 수 있다는 현실을 북한에 알릴 필요가 있다는 논리로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 교수는 "원유 공급량을 일정 부분 줄이는 것으로 중러와 합의할 수도 있지 않겠냐"면서 "원유 공급중단에 반대하는 중러의 체면도 지켜주면서 북한에는 어느 정도 고통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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