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 강행하며 레드라인 넘어
美, 강경 대응 예고…한국에 불만도
"'코리아 패싱' 자초할 수 있다" 지적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북한의 6차 핵 실험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기로에 섰다. 그 동안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언급하면서도 대화에 방점을 찍었던 문 대통령에게 대북 정책 수정이라는 결단의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북한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어서면서 미국이 대북 강경 기조로 선회, 문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지 않을 경우 자칫 '코리아 패싱'을 자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샤인'으로 불리는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압박은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수단이며 종국에는 대화로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문 대통령은 3일 열린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도 "북한은 하루속히 핵미사일 개발 계획을 중단할 것임을 선언하고 대화의 길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북한은 문 대통령의 지속된 대화 요구를 철저히 무시하고 6차 핵 실험을 강행하는 등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도발을 계속해 왔다. 특히 이번 핵 실험은 그 동안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 때문에 청와대도 북한과 당장 대화는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화와 제재를 공존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지만 지금은 대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한미 간 균열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의 핵 실험 후 자신의 트위터에 "내가 말해왔듯이, 한국은 그들의 대북 유화적 발언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걸 깨닫고 있다"며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북한의 핵 실험 전후로 잇달아 전화통화를 했지만, 문 대통령과는 아직 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기존 정책을 고수할 경우 한반도 문제의 운전대를 잡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미일 공조 강화와 북미 간 직접 대화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소외되는 '코리아 패싱'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야당도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실패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면서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의 경질과 대북 정책의 대폭적인 수정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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