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병·살충제 계란으로 먹거리 불안감 극에 달해
식약처, 맥도날드 전주 매장 '집단 장염' 원인조사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혹시나 하는 마음에 최근에도 햄버거를 먹었는데, 이제 정말 못먹겠어요."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둔 주부 조미애(39)씨는 씁쓸하게 말했다. "믿고 먹었던 계란도, 간식으로 자주 먹었던 햄버거도 이젠 믿고 먹을 게 하나도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먹거리 포비아(불안증)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햄버거병'과 '살충제 계란', 'E형간염 돼지고기' 등으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최근에는 햄버거를 먹고 집단 장염이 발생했다.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공포는 깊어만 지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북 전주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햄버거를 사 먹은 초등학생 7명과 교사 1명이 장염에 걸렸다는 신고가 지난달 28일 접수됐다. 이들은 25일 매장에서 햄버거를 먹은 뒤 장염 증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행 14명 중 통증을 호소한 사람은 8명, 이 중 7명이 불고기버거를 먹었다. 질병관리본부와 전주시 보건소 등 보건당국은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조사 결과는 이르면 6일쯤 나올 예정이다.
이에 한국맥도날드는 2일부터 전국 모든 매장에서 불고기버거 판매를 중단했다. 초등학생들이 햄버거를 먹은 뒤 집단 장염 증세를 보였다는 민원이 접수된 지 5일 만이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고객 안전 차원에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전국 모든 매장의 불고기버거 판매를 중단하고, 피해 고객에게 필요한 보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매장은 정상 영업 중이다. 조치가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 맥도날드 측은 "민원이 접수되자마자 관련 절차에 따라 조사를 진행했다"고 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연일 먹거리 문제가 터지면서 불신은 극에 달하고 있는 것.
앞서 맥도날드 햄버거의 덜 익은 고기 패티를 먹은 네 살 아이가 신장장애 판정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햄버거병에 대한 논란이 퍼졌다.
최근까지도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기준치를 초과한 계란 논란은 여전하다. 살충제 계란은 올 여름 대한민국을 강타한 최대 먹거리 문제였다. 정확히 몇 개의 계란을 처분했는지 파악조차 제대로 안 될 정도다. 살충제 계란 문제는 제빵·제과업계 등으로 연쇄 타격을 입히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 발생한 '간염 소시지' 파동이 국내로 확산되자 보건당국은 해당 제품 판매를 중단, 관리감독 강화에 나섰다. 식약처에 따르면 E형 간염을 유발할 수 있는 유럽산 햄과 소시지는 올 들어 국내에 12t가량 수입됐다. 이는 전체 유럽산 소시지 수입량의 3% 수준이다. 당국은 이 물량이 레스토랑 등에서 조리 과정에 쓰였을 확률이 높다고 보고 조사 중에 있다.
이같은 상황에 정부의 식품안전 관리 신뢰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먹거리 문제는 가장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정부가 앞장서서 식품안전을 이끌어야 한다"며 "실효성 있는 위생 및 식품안전조사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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