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앞으로 하청업체의 불법하도급을 묵인 또는 지시한 건설 원청기업에 대해 형사처벌이 가능해진다. 위험업무 대다수를 하청기업에 맡기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를 뿌리 뽑기 위한 조치다. 또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콜센터 직원 등 고객응대근로자를 위한 보호법안도 연내 만든다.
정부는 17일 오전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중대 산업재해 예방대책’을 의결했다. 원청·건설공사 발주자·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하고, 사망자가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해 엄중처벌하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을 통해 산업안전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선진국 수준으로 산업재해를 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4년을 기준으로 한 한국의 사고사망만인율은 0.58로, 통계를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4개국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먼저 정부는 하청이 안전의무를 위반할 경우 원청도 동일한 처벌을 받도록 하고, 수은 제련 등 위험한 작업은 원청이 직접 수행하도록 한다. 이는 지난해 하청업체 근로자의 사망자 비율이 절반에 육박하는 등 위험의 외주화가 점점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50억원 이상 건설공사, 300인 이상 조선소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가운데 하청 근로자 비율은 각각 98.1%, 88.0%에 달한다.
건설업의 경우 불법하도급에 대한 제재수위를 더 높였다. 원청이 하청의 불법하도급을 지시·묵인할 경우, 하청과 동일하게 형사처벌한다. 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함께 영업정지·과징금도 부과한다. 특히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원청에 1년 이상 7년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가중처벌하는 한편, 제재적 성격의 과징금을 물리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가맹점 및 근로자에 대해 안전·보건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만 한다. 정부는 사각지대로 불려온 음식배달대행원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도 산업안전 보호대상에 포함시켜, 안전교육·보호구 지급 등 조치가 이뤄지도록 했다. 아울러 하반기 중 감정노동자 보호입법을 추진하고, 이에 앞서 구체적 실행방안을 담은 '건강보호 가이드라인'도 내놓는다.
이밖에 이번 대책에는 그간 영업비밀이란 이유로 공개되지 못했던 물질안전보건자료에 대해서도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되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정부 관계자는 “법령 개정없이 시행할 수 있는 사항은 즉시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시행하되, 주요 대책은 노사가 참여하는 안전제도혁신 TF를 통해 세부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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