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여성이 도심 한복판에서 무차별적인 데이트 폭력을 당했으나 이를 목격한 사람들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가해자가 달아나고, 떨어진 피해자 가방은 현장을 지나던 운전자가 훔쳐 달아난 사건이 벌어졌다.
경찰에 따르면 주 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0시 20분께 광주 서구의 한 원룸에서 김모씨(59·여) 씨를 폭행한 뒤 김 씨가 집 밖으로 뛰쳐나와 도로변으로 달아나자 뒤쫓으며 주먹질과 발길질을 했다. 주 씨는 김 씨가 더는 달아나지 못하도록 발목을 짓밟아 뼈까지 부러뜨렸다.
왕복 4차선 도로에서 30분 가까이 폭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시 주변엔 거리를 지나던 행인과 차를 몰고 귀가하는 시민이 여럿 있었지만 주씨를 말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이들은 사건 당일까지 세 차례 만났던 사이로 전해졌다.
주씨는 112상황실에 신고 전화가 접수되는 동안 구경꾼들 사이를 유유히 헤치며 경찰을 피해 도주했다. 그 사이 도로에 떨어진 김씨의 핸드백은 현장을 지나던 운전자가 집어갔다.
손목에도 골절상을 입은 김 씨는 전치 7주가량 상해 판정을 받았으며, 경찰의 도움으로 상처 치료와 심리 상담을 받고 있다.
주씨는 3주가량 도주 행각을 벌이다가 광주의 화상경마장 앞에서 잠복중인 경찰관에게 긴급 체포됐다. 그는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김씨를 때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흉기까지 휘둘렀던 주씨를 특수상해 혐의로 입건, 법원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목격자들은 김씨를 도우려고 나섰다가 자칫 쌍방폭행 시비에 휘말릴까 걱정한 듯하다"며 "이들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지만 신고가 더 빨랐다면 주씨를 현행범으로 검거할 수 있었고, 김씨 부상 피해도 줄였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아시아경제 티잼 하나은 기자 onesil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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