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쿠바의 수도 아바나의 말레콘(Malecon)에는 여행객이 끊이질 않는다. 바다 풍경이 아름다운 관광명소이자, 현지인의 휴식처로 각광받는다. 해질녘 방파제 거리에는 일과를 마친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석양을 즐긴다. 가족과 친구, 연인들끼리 음식과 술을 가져와 소소한 파티를 열기도 한다.
전명진 작가(34)는 쿠바인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전시 기획을 맡은 그는 지난 4월부터 한 달 반 동안 쿠바로 여행을 떠났다.
“친구 사이인 김물길 작가와 함께 새로운 여행지를 찾고 있었다. 김 작가가 5년 전 쿠바여행을 갔었는데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며 추천했다. 마침 지난해 연말, 쿠바를 첫 취항하는 터키항공사 도움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쿠바는 과거와 현재, 자유로움과 절제가 공존한다. 사회주의국가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외화 소지 허가, 개인영업 인가 등 일부 시장원리에 근거한 경제개혁을 시도했다. 문화는 유럽의 스페인과 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의 전통이 혼합된 형태다. 작가는 2008년 세계일주도 해봤지만, 특히 쿠바만이 지닌 다채롭고 독특한 문화에 흠뻑 취했다.
전 작가는 “쿠바의 역사와 경제, 음악 등 여타의 중남미국가와 다른 매력이 있다. 유적지와 거주지 등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한 공간 안에 만나면서 시간의 흐름을 잘 간직하고 있다. 클래식 카와 아이폰이 공존하는 나라”라고 했다.
고풍스러운 건물과 대비되는 형형색색의 자동차들, 사람들의 화려한 옷차림과 패션 아이템, 언제 어디서나 들리는 음악까지 쿠바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라 감춰진 모습이 더 많다. 주로 잿빛 풍경이지만 사진 속 쿠바인들의 일상만큼은 활기차다.
“색감이 워낙 화려한 나라다. 전체적으로 톤이 어두운 사진이 많지만 대비효과가 난다. 경제적으로 봉쇄되어 있어 물자가 부족하고 삶이 척박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매우 쾌활하다. 남아메리카 사람들보다 느긋한 면이 있다”
지난 12일 서울 압구정 캐논갤러리에서 문을 연 ‘나를 기억해, 쿠바’ 전시는 내달 3일까지 이어진다. 전 작가는 전시장의 메인인 사진과 글을 직접 썼다. 입체적인 전시를 위해 음악을 하는 친구(프롬·본명 이유진)도 구했다.
전시는 사진·회화·음악 각 분야별 아티스트 세 명이 쿠바를 여행하며 느낀 감정을 각자의 방식으로 전한다. 전시기간 동안 휴일 없이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무료로 운영되며 전시 작품 판매, 모금을 통해 얻은 수익금은 난치병 아동을 위해 기부할 예정이다.
한편, 공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전명진 작가는 학창시절 우연히 떠난 여행을 계기로 사진작가의 길을 걸었다. 사진작가 김중만의 문하에서 수학하며 사진에 입문했다. 사진뿐 아니라 팟캐스트 ‘여행수다’, KBS라디오 ‘사진 읽어주는 남자’를 진행하며 사진과 여행의 매력을 알리고 있다. 2016년 여름에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 촬영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행 화가 김물길은 콜라주와 의인화 기법으로 쿠바여행에서 느낀 점을 자유롭게 화폭에 담았다. 가수 프롬(Fromm)은 쿠바의 이국적 향취를 기타 선율에 녹여 싱글앨범 ‘린다린다(Linda Linda)’를 발표했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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