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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몸으로 쓰는 이야기]무탕탕, 생주칭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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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몸으로 쓰는 이야기]무탕탕, 생주칭래! 허진석 문화스포츠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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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술을 좋아하는 정도를 지나쳐 욕심을 낼 지경이다. 흔히 '밥 배가 따로 있고 술배가 따로 있다'고 하며 '술을 지고는 못 가도 먹고는 간다'고 한다. 나의 주변에는 두주불사하는 주호(酒豪)가 널렸으니 그들과 자리를 하면 몸조심을 각별히 해야 한다. 우리 민족은 대체로 술을 마시는 데 너그러워 이러저러한 기록을 살피면 술이 흔하게 등장한다. 술을 못하는 사람은 놀림거리가 되기 일쑤요, 주량을 자랑삼기가 예사다. 역사적으로 주전(酒戰)에 물러섬이 없는 챔피언이 적잖았으되 송강 정철을 빼놓을 수 없으리라.


 송강의 술잔은 얼마나 컸던가. 그는 '장진주사'에서 '한 잔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 그려. 꽃 꺾어 산(算) 놓고, 무진 무진 먹세 그려'라 노래했다. '관동별곡'의 스케일은 우주적이다. 신선의 술로 잔을 채워 들고 달을 향해 영웅과 사선(四仙)의 행적을 묻는다. 북두칠성을 잔으로 삼아 창해수를 기울이되 서너 잔을 거푸하니 흉내인들 내겠는가. 하나 그러한 송강도 말년에 이르러서는 술잔을 뒤집었다. "내가 어른 된 이후로 지금까지 삼십 년간/아침저녁 시시 때때 술잔 들어 마셨건만/내 맘 속의 시름 아니 없어지고 그대로니/술에 묘함 있다는 말 나는 믿지 않는다네."

 아무려나 이토록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니 불상사인들 왜 없겠는가. 그렇기에 연암 박지원은 그토록 혹독하게 꾸짖었을 것이다. '열하일기(熱河日記)'에 이렇게 썼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배가 너무 커서 반드시 커다란 사발에 술을 따라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단숨에 들이켠다. 이는 술을 배 속에 쏟아붓는 것이지,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다. 술을 마시면 반드시 취하고, 취하면 반드시 주정하고, 주정하면 반드시 서로 싸움질을 해 술집의 항아리와 사발들을 남김없이 깨뜨려 버린다."


 연암도 술을 모르는 사람은 아니다. '열하일기'의 '궁육(弓六)'편에는 오랑캐의 술집에 가서 객기를 부린 일화가 등장한다. 주기(酒旗)가 나부끼는 누를 발견한 연암은 사다리 열두 계단을 걸어 올라가 술을 청한다. 오랑캐 수십 쌍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암이 술 중노미에게 이르기를 "무탕탕, 생주칭래(無湯湯, 生酒秤來)!"라 했으니 술을 데우지 말고 날술로 달아오란 소리다. 술 중노미가 술과 조그만 잔 두 개를 내오니 담뱃대로 쓸어버리고 큰 잔을 가져오라 호통친다. 연암이 큰 잔에 술을 따라 '원샷'하니 훔쳐보던 오랑캐들이 감탄할 밖에.

 연암은 자신이 호탕하게 술을 마시니 저들이 감탄한다고 생각해 우쭐한다. 그러면서 '되놈과 오랑캐들'이 살구 씨만 한 잔을 갖고 홀짝거리는 꼴을 비웃는다. 연암은 본때를 보이고자 술 넉 량을 단숨에 들이켰다고 고백했다. 연암의 술솜씨에 반한 오랑캐들이 불러다 앉히고 새 술 석 잔을 대접한다. 연암은 차를 따라 둔 사발을 비우고 석 잔을 거기 부어 들이켠 다음 큰 걸음으로 사다리를 내려온다. 그러나 '머리털이 쭈뼛 서고 누가 쫓아오는가 겁이 났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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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암과 같이 주기(酒技)를 뽐내는 술꾼이 요즘인들 없으랴. 요즘도 신문에는 술내기 하다 숨넘어간 사나이들의 서글픈 소식이 이따금씩 실리나니.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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