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에 올인한 신남선 오리온 스낵개발 팀장
따라올 수 없는 식감 구현 기술에 8년 매달려
3월 출시 후 벌써 1500만개 판매·105억 매출 달성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화기애애한 장소에서 '빠삭 빠삭' 소리가 들려온다. 웃음꽃이 핀 사람들 손에는 '꼬북칩'이 들려있다. 허니버터칩 이후 오랜만에 제과업계에 '히트(대박) 상품'이 등장했다. 3월16일 출시 후 두달만에 500만개가 판매된 꼬북칩의 7월 말까지 누적매출은 105억원, 판매개수는 1500만개다. 기자가 만난 꼬북칩을 만든 주인공은 순한 '딸바보'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강한 집념을 내포하고 있는 그야말로 외유내강 인(人)이였다.
"제가 개발한 제품을 소비자들이 먹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요즘 6살, 4살 딸들이 아빠가 만든 과자라며 맛있게 먹고 친구들한테 자랑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회사 내에서도 '딸바보'로 통하는 신남선 오리온 스낵개발 팀장은 2000년에 입사한 이후 17년간 '과자'에 매달린 인물이다. '포카칩'과 '오!감자'가 그의 대표 히트 작품.
꼬북칩은 올해 등장했지만 그가 개발에 착수한 시기는 2009년. 무려 8년이란 시간을 들인 것. 좌절도 있었다. 2011년까지 개발에 매진했지만 기술적 한계로 생산에 실패, 마음속에만 꼬북칩을 담아둬야만 했다.
"4겹의 스낵을 만들면서 여러겹의 반죽이 달라붙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난제였습니다. 두께가 두꺼워지면 딱딱해져 바삭한 식감을 구현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죠."
다시 개발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끊임없이 원료부터 생산기술, 설비까지 고민을 거듭했다. 2015년 2월 다시 개발에 착수했지만 이후에도 우여곡절은 많았다. 4겹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이를 대량 생산으로 옮기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기 때문.
"'불가능은 없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나섰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모으고 연구하며 문제 해결을 할 수 있었고 꼬북칩을 출시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껏 꼬북칩 만큼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며 작업했던 적이 없었다는 게 그의 하소연(?)이다. "동료들의 땀과 노력이 모여 결실을 맺게 됐어요. 제품 테스트만 2000회, 제품 개발부터 출시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문제점들을 해결하면서 느꼈던 성취감과 기쁨은 그 어떤 때보다 컸습니다."
그동안 히트 과자를 만든 배경에 대해선 팀워크를 비결로 꼽았다. 신 팀장은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모든 걸 잘할 수는 없다"며 "나와 함께 일할 수 있는 동료가 얼마나 있느냐가 경쟁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을 쌓는 지름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세계 시장에서 사랑받는 과자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전했다. "꼬북칩은 공정과정이 까다로워 모방품이 쉽게 나올 수 없어 자부심이 있어요. 맛있으면서도 모방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춘 과자를 개발하고 싶습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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