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지난해 터키에서 발생했던 쿠데타 주도자들에 대한 재판이 1일(현지시간) 수도 앙카라에서 열렸다. 피고인이 무려 500명에 육박한 역사적 재판에 터키는 물론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재판에서는 피고인 486명에 대한 심리가 한꺼번에 진행됐다. 법원은 구속된 피고인 461명 가운데 아킨 외즈튀르크 전 공군 최고사령관 등을 포함한 주요 피고인 41명을 특별 법정까지 공개 호송했다. 이를 지켜보던 많은 시민들은 법정으로 끌려나가는 피고인들을 향해 "살인자를 처형하라"고 소리치며 돌을 던졌다.
쿠데타 배후로 지목됐지만 미국에서 송환되지 않은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을 포함한 7명에 대해서는 피고인 없이 열리는 궐석 재판이 진행됐다.
피고인들은 쿠데타 지휘 또는 모의, 살인, 정권 전복 및 대통령 암살 시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터키 검찰은 이들이 앙카라 인근의 아큰즈공군기지에서 범행을 모의한 뒤 이를 실행에 옮겼다며 피고인 상당수에 법정 최고형인 종신형을 구형했다. 법원 선고가 나오기까지는 최소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7월15일 피고인들은 의회와 주요 관공서를 공격하며 쿠데타를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반란군에 저항한 시민 등 249명이 목숨을 잃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쿠데타 진압 직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반정부 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색출 작업을 벌였다. 그 결과 5만가량이 체포됐고 11만여명이 공직에서 쫓겨났다.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4년 폐지된 사형제 재도입을 주장하며 이에 대한 국민투표를 제안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들에 대한 재판에서 고소인 중 한명으로 이름을 올려둔 상태다.
터키에서 이 쿠데타와 관련해 진행되는 재판은 260건을 넘어섰다. 야당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데타 진압을 명분으로 야권 정치인들을 탄압하고 사형제 부활을 주장한다며 비판하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쿠데타를 배후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귈렌도 자신의 범행 연루를 부인하며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치적 반대 의견을 가진 세력을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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