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금호타이어 매각이 채권단과 구조조정 기업(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간 막장 대치로 '역사상 최악의 구조조정'이라는 오점을 남겼다. 막판 극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중국 더블스타로의 매각은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금호타이어는 기업가치가 하락했고, 매각에 관한 시장의 기본적인 신뢰도 무너졌다. 채권단과 박삼구 회장 모두에 책임이 있다. 채권단은 상표권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외면한 채 매각을 밀어붙이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박 회장은 상표권을 앞세워 채권단과 맞서면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기촉법)의 근간을 흔들었다. 여기에 정치권과 지역민심까지 가세하면서 매각 드라마는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 '박 회장의 무리수' vs '채권단의 실책'이 상황 악화시켜= 구조조정인 기업(박 회장)이 상표권을 빌미로 채권단에 반기를 드는 것은 대한민국 기업 구조조정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박 회장은 앞서 우선매수권 행사 시 컨소시엄을 허용해달라며 채권단에 소송전을 선언하기도 했다. 경영등급 평가 등 채권단의 의사결정에 대한 이의제기와 지역정서와 직원들을 동원한 여론전 등 채권단과의 싸움의 동력을 얻기 위한 명분쌓기를 이어왔다.
사태 유발에 대한 책임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도 있다. 산업은행은 작년 9월 더블스타와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박 회장측과 상표권 문제를 명확히 매듭짓지 않았다. 당시 금호산업은 공문을 통해 '비독점적으로 5년간 상표권을 허용할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사용요율이나 기간 등 세부 조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협의가 없었다. 결국 산업은행 스스로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금호타이어의 매각 시기를 늦춘 것도 산업은행의 실책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2015년 말 금호산업을 박 회장에게 매각했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거의 동시에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졸업했지만, 금호타이어의 매각은 금호산업보다 2년여 늦춰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박 회장의 자금 모집을 위한 시간벌기 등 편의를 위해 채권단이 일부러 늦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먼저했거나 최소한 동시에 진행했었으면, 상표권 논란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원칙 안 지키는 바람에 기촉법 근간 흔들어= 이번 일을 계기로 기업 구조조정의 큰 틀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기촉법에 따르면 부실 경영에 책임이 있는 경영자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채권단 주도의 경영정상화 이행약정을 맺는다. 워크아웃이 경영 실패의 책임이 있는 당사자를 위한 구조조정이 아닌 채권단의 채권 회수를 위한 구조조정이기 때문에 이들간의 약정 내용은 투명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맹점이 숨어 있다. 논란이 된 우선매수권의 경우도 약정상에는 '경영 정상화를 전제로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했지만 박 회장과 채권단은 이 원칙을 지키고 못했다. 결국 박 회장이 기촉법의 근간을 흔들고 산업은행이 이에 휘둘리면서 기촉법의 한계를 스스로 자인한 셈이 됐다.
채권단은 내주 중 주주협의회를 열어 박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 해임안을 결의하고 더블스타와의 상표권 사용 조건 조정 등 후속방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전체 매출액의 40%를 차지하는 중국법인이 이미 심각하게 훼손된 상황에서 매각 가능성이 희박하고, 매각이 되더라도 6200억원에 이르는 차입금과 본사 대여금 1000억원 감면 등으로 기업가치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박 회장측의 상표권 사용 불허로 매각이 무산되면 향후 경쟁 입찰을 통한 매각 성사 가능성도 낮아지게 되고, 결국 채무 만기연장을 위한 또 한번의 워크아웃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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