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금호타이어 매각의 최대 쟁점인 상표권 사용을 두고 채권단과 구사주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의 대치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박 회장은 채권단의 수정 제안에 대한 최종 입장을 오는 18일까지 내놓아야 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는 금호산업은 오는 18일 이사회를 열어 산업은행이 수정 제안한 상표권 사용조건을 받아들일 지 논의한다. 박 회장이 채권단의 수정 제안마저 거절할 경우 채권단은 박 회장의 경영권과 우선매수권을 박탈하기 위한 법적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 박 회장, '채권단 수정 제안' 수용 가능성 낮아= 박 회장이 채권단의 수정 제안을 전면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채권단 안팎의 시각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이 수정 제시한 안은 박 회장이 설정한 사용료율 0.5%, 20년 의무 사용 수준에 근접하고 있으나 박 회장이 이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면서 "애초에 상표권 협상은 구체적인 요건 하나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박 회장이 더블스타로의 매각에 동의할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최근 채권은행 몇 곳을 차례로 만나 매각 무산시 중국사업을 매각하고,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부실에 대해 일정부분 책임을 지겠다는 설득을 하고 다닌 것도 이 같은 입장을 방증한다.
박 회장은 구체적으로 이 자리에서 중국사업을 기술, 브랜드 제공을 통해 일정기간 영업을 보장한다는 조건하에 매각해 1000억~4000억원을 조성해 회사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박 회장측 우호적 투자자로부터 2000억원의 투자 참여를 받아 채권단 지분과 유상증자 지분을 함께 공동매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중국법인이 이미 심각하게 훼손된 상황에서 매각 가능성이 희박하고, 매각이 되더라도 6200억원에 이르는 차입금과 본사 대여금 1000억원 감면 등을 통한 채권단의 추가 지원 부담과 본사의 손실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채권단은 보고 있다.
구사주인 박 회장의 상표권 사용 불허로 매각이 무산되면 향후 경쟁입찰을 통한 매각 성사 가능성도 낮아지게 되고, 결국 채무 만기연장을 위한 또 한번의 워크아웃과 이후 박 회장 앞 수의계약에 의한 저가 매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채권단은 보고 있다.
◆ 채권단, 박 회장 경영권 박탈 법적 절차 밟나= 박 회장이 최종 답변을 통해 상표권 사용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채권단은 기존에 공언한대로 내주께 주주협의회를 열어 박 회장의 경영권과 우선매수권 박탈을 위한 법적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채권단이 법원에 ‘이사 해임의 건’으로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 신청을 제기하는 것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금호타이어의 대표이사로 박 회장을 선임한 것은 채권단이었다. 부실경영의 책임을 져야 할 구사주에게 경영권을 다시 준 것은 워크아웃의 기본 취지인 채권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박 회장에 경영권을 부여해 책임경영을 유도하고, 추후 경영정상화를 달성하면 우선매수권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경영상황과 실적은 워크아웃 이전보다 오히려 악화됐고, 박 회장은 대표이사로서의 지위 보다 우선매수권 행사를 위한 구사주의 지위를 우선하며, 매각 방해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고 있어 경영권 박탈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워크아웃의 기본 취지는 채권단은 채권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러한 취지를 반영해 금호타이어의 경영정상화에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박 회장의 경영권 박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회장의 답변 예정일 전날인 17일 열리는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금호타이어 처리방안이 안건으로 다뤄지면서 해외 매각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지면서 여론전 등 또 한 차례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