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금호타이어 구주주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이 매각 반대 서명 연판장을 만들고 임원진들이 사퇴결의까지 나서는 가운데 채권단은 예상했던 일이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13일 채권단 관계자는 "과거 2014년 금호고속 인수 때 구사회를 동원한 박 회장측이 인수 무산을 위한 집회를 열고 구사회 명의로 국내외 사모펀드에 인수시도를 철회하라는 서신을 보냈던 당시와 판박이 상황"이라면서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가져갈 경우 회사는 자체 회생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채권단은 우선협상대상자인 더블스타와 지난 3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마무리 협상을 진행중이지만, 박 회장과의 상표권 사용조건에 대한 이견으로 매각작업을 마무리하는 데 진통을 겪고 있다.
채권단은 더블스타가 상표권 사용조건으로 제안한 사용료율 0.2%, 5년 사용 후 15년 추가 사용 안을 유지하되, 박 회장측이 제시한 사용료율 0.5%, 사용 기간 20년 의무 사용 안을 고려해 차액 0.3%(847억원)를 보전해주는 방안을 제안하고, 답변을 이날까지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측은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는 금호산업의 이사들이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사회가 연기됐다며 답변시한을 오는 18일까지 미뤘다. 이런 가운데 금호타이어 직원들은 매각 반대 결의문을 내고 임원들은 사퇴 입장을 밝히는 등 매각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채권단 등에 따르면 박 회장은 최근 채권은행들을 차례로 만나 매각 무산시 중국사업을 매각하고,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부실에 대해 일정부분 책임을 지겠다며 매각 무산 시 대응방안을 설득하고 다닌 것으로 전해진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중국사업을 기술, 브랜드 제공을 통해 일정기간 영업을 보장한다는 조건하에 매각해 1000억~4000억원을 조성해 회사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박 회장측 우호적 투자자로부터 2000억원의 투자 참여를 받아 채권단 지분과 유상증자 지분을 함께 공동매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중국법인의 경영상황이 이미 심각하게 훼손된 상황에서 매각 가능성이 희박하고 매각이 되더라도 6200억원에 이르는 차입금과 본사 대여금 1000억원 감면 등을 통한 채권단의 추가 지원 부담과 본사의 손실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채권단은 보고 있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구주주인 박 회장의 상표권 사용 불허로 매각이 무산되면서 향후 경쟁입찰을 통한 매각 성사 가능성도 낮아지게 되고, 결국 박 회장 앞 수의계약에 의한 매각 진행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어떻게든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날 금호타이어 임원 41명은 금호타이어가 중국 더블스타로 매각되는 것에 반대한다며 매각 시 전원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원들은 결의문을 통해 "더블스타로의 매각에 결사반대하고, 금호타이어가 금호아시아나그룹 소속으로 남을 수 있기를 채권단에게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직원들 750여명도 사원간담회를 열고 회사의 해외 부실매각을 결사 반대한다는 결의문을 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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