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팔 이식 30대…교통사고 뇌사자의 팔을 기증받아, 손끝부터 손목 5cm까지 붙여
국내 최초로 팔을 이식받은 사람이 프로야구 시구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기 및 신체 이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일부 국가에서는 코, 귀, 얼굴 안면 등에 대한 이식 수술이 시행됐으며 최근 머리 이식과 뇌 이식 수술 계획을 공개한 의사까지 등장했다.
오는 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후반기 개막전에는 지난 2월 국내 최초로 팔을 이식받은 손진욱(36) 씨가 의 시구자로 나설 예정이다.
자동차부품 공장에 근무하던 손씨는 2015년 8월 갑작스런 사고로 왼팔을 잃은 뒤 지난 2월 영남대병원에서 국내 처음이자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팔 이식 수술을 받았다. 손씨가 기증받은 팔은 교통사고로 뇌사에 빠진 환자의 것으로, 수술 부위는 손끝부터 손목 아래 5㎝ 정도다.
수술을 집도한 우상현 대구 W병원장을 비롯해 약 30여 명의 의료진은 무려 10시간 동안 수술을 진행했다고 한다. 팔 이식수술은 1999년 미국과 프랑스에서 처음 시행된 이래 전 세계에서 약 70여 건 밖에 시행되지 않았을 정도로 복잡한 수술이다.
국내 현행법상 허용 규정 없어 건강보험 적용 안돼…주호영 의원, 개정법률안 발의
아직까지 국내 현행법상 팔 이식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신장·간장·췌장·심장·폐·골수·안구 등 7개 장기와 소장 이식 수술 시 함께 따라오는 위장·십이지장만 이식 대상에 포함된다. 또한 '인체조직안전법' 상 기증 가능한 인체조직은 뼈·연골·근막·피부·양막·인대 및 건·혈관 등이다.
때문에 건강보험 적용도 받지 못한다. 이식 수술 환자는 부작용에 대비해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현재 약값 및 검사 비용으로 한 달 평균 약 100만원을 지출하고 있는 손씨가 만일 건강보험 적용 대상자가 될 경우 약 10만원만 지출하면 돼 무려 10배 이상 치료비 부담이 줄어든다.
이와 관련 주호영 바른정당 의원은 지난 5월 11일 장기 범위에 팔과 다리를 명시하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손씨에게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으며, 장기이식법 개정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초의 장기 이식은 기원전 10세기…'이마에서 코가 자란다?' 볼수록 신기해
최초의 이식 수술은 기원전 10세기 경 고대 인도에서 실시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고대 인도에서는 범죄자의 코를 자르는 형벌이 있었는데, 수슈루타(Sushruta)라는 의사가 코가 잘린 범죄자의 이마 피부를 떼어 내 코 부분에 접합한 것이 인류 최초의 이식수술이라고 한다.
이후 각막, 신장, 간, 폐, 심장 등에 대한 이식 수술이 순차적으로 실시됐다. 1998년 프랑스에서 최초의 팔 이식 수술, 2004년 이탈리아에서 최초의 발목 이식 수술이 이뤄졌으며 2005년에는 최초로 프랑스에서 부분 얼굴 이식 수술이 실시됐다.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특별한 장기 이식 사례도 있다. 지난해 8월 교통사고로 코를 심하게 다쳐 회복불능 상태에 놓인 한 중국 남성은 자신의 갈비뼈에서 연골과 조직을 떼어내 코 모양을 만든 뒤 이를 이식했다. 2010년 미국 메릴랜드주에 사는 한 여성은 피부암으로 절단한 왼쪽 귀를 복원하기 위해 자신의 팔에 인공 귀를 배양한 바 있다.
이탈리아 출신 신경외과 전문의 세르지오 카나베로 박사는 올 12월 중국에서 머리 이식 수술을 할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세계 최초의 머리 이식 수술 대상자로는 근육과 뇌 속 신경세포가 퇴화하는 희귀병 '베르드니히-호프만 병'을 앓고 있는 러시아 출신 컴퓨터 과학자 발레리 스프리도노프로 선정됐다.
지난해 1월 원숭이 머리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고 밝힌 카나베로 박사는 스프리도노프의 머리 이식 수술에 대한 성공을 확신했지만, 수술 비용 후원자를 찾지 못해 불발됐다고 지난달 27일 중국 매체 청두상바오(成都商報)가 보도했다.
아시아경제 티잼 송윤정 기자 singas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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