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규모 프로젝트, 3년 만에 무산 수순
대주주가 사우디 정부로 바뀌면서 투자결정 지연
포스코대우, 관련 조직 해체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포스코대우가 3년 넘게 추진해오던 1조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민차 프로젝트'를 사실상 중단했다. 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중단 위기설'이 꾸준히 제기되던 터에 관련 조직을 해체한 것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대우는 최근 사우디 국민차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추진반을 해체했다. 포스코대우 관계자는 "프로젝트가 계속 미뤄져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올초부터 인원을 줄여오다 이번에 해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민차 프로젝트는 2014년 포스코대우가 사우디 국부펀드(PIF), 현지 민간 주도 컨소시엄(SNAM) 등과 함께 추진하기 시작한 사업이다. 사우디 리야드 북서쪽 수다이르에 사우디 국영 공장을 지어 중형 세단 등 연 15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한다는 목표였다. 사업 규모는 10억 달러(1조1775억원)로 당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직접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프로젝트 대주주가 민간에서 사우디 정부로 변경되면서 사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초 프로젝트 합작법인의 지분 구성은 SNAM 50%, PIF 35%, 포스코대우 15%로 민간 기업의 지분이 높았지만 지난해 사우디 공기업과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사우디홀딩컴퍼니(SHC)가 지분 85%를 갖게 되면서 정부 주도 사업으로 재편됐다.
이후 PIF 경영진이 교체되고 사우디 정부의 사업 재검토가 투자 결정 지연으로 이어지면서 사업은 동력을 잃게 됐다. 포스코대우와 SNAM 간 갈등도 생겼다. 포스코대우가 결정권을 쥐고 있는 PIF와만 소통하면서 SNAM의 불만이 커졌고, '대우(DAEWOO)' 상표권 확보에도 실패하면서 관계가 더 꼬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 브랜드 사용권은 한국GM(옛 GM대우)이 보유하고 있다. 결국 SNAM은 올 2월 쌍용자동차와 현지 조립생산을 위한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며 독자 행보에 나섰다.
포스코대우 관계자는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희박해 상설 조직을 없앤 것"이라며 "다만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한 것은 아니며, 관련 사항은 사내의 다른 부서에서 챙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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