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성추행 이어 7개월만에 재발
외교부 "가해자 조사해 엄벌할 것"…강경화 장관 격노
혁신TF에서 감찰관실 인력 확충 논의키로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주에티오피아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고위 외교관이 계약직 여직원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외교부가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말 칠레 주재 외교관의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지 7개월만에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재발한 것이어서 외교부는 당혹스런 모습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12일 "지난 8일(현지시간) 주에티오피아 대사관에 근무하는 간부급 외교관 A씨가 대사관 여성 행정직원 B씨를 성폭행했다는 제보가 10일 접수됨에 따라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외교부가 밝힌 피해자 진술에 따르면 주에티오피아 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 A씨는 지난 8일(현지시간) 같은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행정직원 B씨와 현지 식당에서 와인을 곁들여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A씨는 B씨가 만취하자 본인의 차로 자신의 집으로 이동해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다음날인 9일 새벽 깨어나 본인이 성폭행당했다는 점을 알아차리고 택시타고 동료 직원의 집으로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에티오피아에 있는 한인 병원에서 성폭력 여부를 검사 받고 모친을 통해 외교부 성폭력상담센터 신고했다. B씨는 11일 귀국 직후 외교부 감찰관실의 조사를 받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성폭행 제보가 지난 10일 접수됐으며 현지 대사관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면서 "피해자 진술에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혐의자(가해자)에 대해 출석요구서를 발부했다"고 밝혔다.
현재 A씨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11일 A씨를 본부로 소환조치했으며 12일 저녁 늦게 귀국하는대로 별도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또 피해자가 처벌을 강하게 원하고 있어, 고발 여부도 검토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7개월만에 외교관의 성범죄가 발생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새정부 출범과 함께 외교수장까지 새로 취임한 직후 공직기강을 흔드는 사건이 발생한데 대해 상당한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강경화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인사혁신, 공직기강 확립에 방점을 찍었는데, 이 같은 사건이 벌어진데 대해 분노했다"면서 "신속히 진상조사해 빠른 시간내에 처리하라는 지시도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칠레 외교관의 성추행 이후 외교부가 성범죄 근절TF까지 조직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 당국자는 "감사관실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올 초부터 인력 확충을 위해 기획조정실을 중심으로 실무협의를 진행했지만 리더십 교체기라서 탄력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감사관실 인력은 9명에 불과한 반면, 전세계 공관에서 근무하는 행정직원 숫자만 3000여 명에 달해 대응이 역부족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감사관실에 감찰담당관실을 설립해 사건발생 직후 초동대응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자 한다"면서 "최근 발족한 인사혁신TF에서 이 부분도 논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주에티오피아 대사는 사건 발생 당시 휴가중이어서 국내에 체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대사는 이 사건으로 조기 귀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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