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구속 기한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가 '증인트랩'에 빠졌다.
뇌물 공여자와 수수자의 사건을 각각 다른 재판부가 심리하는 상황에서, 삼성 전ㆍ현직 임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공판에서 증언을 거부하고, 박 전 대통령은 삼성 재판에 출석조차 하지 않으면서 각 재판부가 전체적인 맥락을 들여다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 뇌물 사건은 혐의를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보다는 정황으로만 채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일 이 부회장 등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가 심리 중인 박 전 대통령 공판에서 검찰의 진술조서 진정성립을 묻는 질문에 증언을 거부했다.
재판부가 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려면 이들이 스스로 '진술한 게 맞다'고 밝혀야 하는 만큼 재판부는 이날 진술조서의 증거채택을 보류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들이) 나중에 다시 증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최종 채택여부 결정은 재판 말미에 하겠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이날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다음날, 당일 독대를 앞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통화를 한 사실을 공개하며 "대통령과의 독대 관련해 이야기 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지만, 이 부회장은 이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앞서 이 부회장 사건을 심리중인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핵심 물증으로 꼽히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도 직접 증거가 아닌 '정황증거'로 채택했다. 이 부회장 등이 수첩 내용을 신뢰할 수 없다며 증거능력을 부정했기 때문이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이 부회장 공판에 증인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나오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각종 정황 증거를 뒷받침할 유의미한 진술을 이끌어내야 할 특검으로선 그 기회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뇌물 공여자와 수수자가 따로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피고인들이 혐의를 부인할 경우 유죄판결을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다"며 "뇌물 사건은 보통 진술로 혐의를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특검으로서는 명백한 증거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변호사는 "재판부가 다른 간접 증거 등으로 심증을 형성할 수 있을 경우 증언거부는 큰 상관이 없을 수 있다"며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부회장의 변호인측은 이 부회장의 구속만기일인 오는 8월27일까지 재판부가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 이 부회장이 구속만기 후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되기를 희망하고 있는 상태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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