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가계대출 금리가 기업대출 금리를 넘어선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금리 상승기에 정부가 가계대출을 옥죄자,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가 급상승하면서 서민들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예금은행 가계대출(이하 신규취급액 기준) 금리는 전달보다 0.06%포인트 오른 연 3.47%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 금리는 0.03% 오른 연 3.45%에 그쳤다. 가계대출 금리가 기업대출 금리를 웃돌게 된 것이다. 가계와 기업 금리간 역전현상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가계대출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연 3.26%로 한 달 전보다 0.05%포인트 올랐다. 집단대출(연 3.15%)과 보증대출(연 3.29%)은 각각 0.09%포인트, 0.14%포인트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15년 1월(연 3.34%) 이후 2년 4개월 만의 최고치다. 이같은 주담대 금리 오름세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6ㆍ19 대책)이 적용되기 시작한 이달 이후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가계대출금리가 장기 고정인 주담대 금리를 반영한다면 시장금리 상승국면에서 상대적으로 단기인 기업대출보다 높아질 수 있다"며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강화되면서 장기 고정 금리인 주담대의 금리가 더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가계와 기업 금리간 역전현상은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책과 중소기업 진흥책이 맞물려 상승 작용을 일으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기업 대출금리는 연 3.11%로 0.06%포인트 올랐지만 중소기업의 대출금리는 연 3.66%로 0.02%포인트 떨어졌다.
여기에 시중은행권에서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책에 발맞추기 위해 금리를 상향 조정한 점도 작용했다. 실제 가계대출금리는 지난해 5월(연 3.16%)과 비교하면 0.31%포인트 올랐다. 2015년 2월(연 3.48%)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기업대출금리는 같은 기간(3.55%)과 비교해 0.1%포인트 하락했다.
시중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당국에서 가계대출을 줄이라고 하니 대출 속도조절을 위해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다"며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 억제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금리상승기에 기업대출 보다 가계대출이 시장금리 변동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금리 역전 현상의 한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 개인금융팀장은 "가계대출 금리는 기업대출 금리보다 시장금리 변동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며"시장금리 상승기에 진입한 시점에서 가계대출이 기업대출보다 단기로 이뤄지게 되면 금리상승 속도가 더 빠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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