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미래에셋금융그룹의 덩치는 갈수록 커지지만 후진적 지배구조는 오히려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개별 금융사가 아닌 그룹 차원의 감독 체제 도입을 추진 중인데, 미래에셋이 주된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 전환 압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10년 전 지주회사 모델에 대해 "과거지향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미래에셋캐피탈은 고유 사업 비중이 더욱 축소됐다. 이 회사의 투자설명서를 보면 지난 3월 말 기준 총 자산 1조8580억원 대비 신기술 금융 자산이 201억원으로 1.09%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2014년 9월 말 기준으로 자산 1조3974억원 중 자회사 주식이 76%를 차지하고 신기술 금융은 1.4%에 불과하다며 2015년 9월에 고유 업무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경영유의' 제재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비중을 확대하기는커녕 더 줄였고, 제재는 '공염불'이 됐다.
지난해 도이치모터스 자회사 도이치파이낸셜의 유상증자에 258억원 규모로 참여하긴 했으나 이 역시 전체 자산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의한 신기술 사업 금융업을 해야 하는 회사지만 실제로는 자회사 주식이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미래에셋캐피탈도 투자설명서에서 '회사 위험' 중 하나로 "향후 자회사 보유 지분이 증가할 경우 금융당국으로부터 지주사 전환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는 점"을 적시하고 있다.
고유 사업 비중이 축소된 것은 신기술 금융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전체 자산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미래에셋이 지주회사 전환을 피하며 현재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미래에셋캐피탈의 자산과 자본의 규모를 적절히 늘려왔기 때문이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그 가족들과 함께 미래에셋캐피탈(34.32%)과 미래에셋자산운용(60.19%), 미래에셋컨설팅(91.86%)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복잡하게 얽힌 연결고리를 통해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생명 등 주력 계열사까지 지배하고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생명 지분을 각각 18.47%, 19.01%씩 갖고 있다. 지난해 9월 말부터 시행된 개정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여신전문금융회사의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주식 소유한도를 자기자본의 150% 이내로 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래에셋캐피탈은 지난해 9월에 25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지난 3월 말 기준 자기자본 8505억원 대비 계열사 주식 장부가격 1조2240억원으로 143.9%로 비중을 맞췄다. 그럼에도 최근 주식 가격 상승세를 감안하면 부족하다. 실제로 미래에셋은 연말까지 추가 증자를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은 지주회사 전환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현행 법은 자회사 주식가액이 총자산의 50%를 초과하고 최다 출자자일 경우 지주회사로 규정한다. 이 때문에 미래에셋캐피탈은 단기 차입금을 조달해 자산을 늘리고 지분을 조정해 최다 출자자 지위를 피해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 미래에셋생명의 1대주주는 19.87%를 가진 미래에셋대우이며, 미래에셋캐피탈은 소폭 적은 19.0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절묘한 차이다.
미래에셋은 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편법 논란이 있더라도 현 구조의 틀을 깨지 않겠다는 것이다. 박현주 회장은 2007년 자신의 저서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에서 "지금의 금융지주회사 모델은 자칫하면 중국과 인도의 급성장하는 금융회사들의 M&A 타깃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하루빨리 과거 지향적인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앞으로 변화를 요구하는 바람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지배구조를 강조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경제개혁연대 소장으로 있으면서 보고서를 통해 "미래에셋그룹의 현 소유구조는 비정상적이며 지속가능하지 못하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금융그룹 통합감독 체제를 다듬고 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해서 새 금융위원장이 임명되면 급물살을 탈 수 있다. 개별 기업이 아닌 그룹 차원에서 새로운 잣대를 들이대면 미래에셋에게 지주회사에 준하는 규제를 가할 수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통합감독은 개별 금융사에 적용하던 규제나 감독으로 커버되지 않는 그룹으로서의 위험을 커버하자는 취지"라면서 "법 개정이나 모범규준 마련 등으로 지주사에 준하는 규제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에셋캐피탈처럼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경우도 고려해서 통합 감독을 도입하려는 것이다. 지주회사 전환을 강제할 수는 없겠지만 유인책으로 작용할 수 있고, 고민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연말까지 미래에셋캐피탈의 자산을 2조1000억원까지 늘리고 자본도 더 확충해서 차입을 통한 편법 논란을 불식시키려 한다"면서 "지난해 도이치모터스 자회사 지분을 확보한 것 등을 토대로 자동차 금융을 비롯한 본업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