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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 칼럼]누가 미국의 역할을 대신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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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 칼럼]누가 미국의 역할을 대신할 것인가 ▲ 리처드 하스 美외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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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은 미국이 그동안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행동이 크게 변했음을 의미한다. 미국은 지난 수십년간 공화당과 민주당 정부 하에서 수행했던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할을 더 이상 수행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많은 부분에서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국제기구에서 미국이 담당했던 전통적 임무들은 '미국 우선주의'로 대체되고 있다. 동맹과 안보 문제에 있어서도 한 국가가 얼마나 많은 방위비를 분담하고 있고 미국과 불공정한 무역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은지가 더 중요해졌다.

국제 무역은 투자와 성장, 일자리 창출이 아닌 일자리 파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민과 난민에 대한 조건은 더 까다로워지고 있으며 민주적 가치와 인권의 중요성은 낮아지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변화를 고립주의로 보면 안된다. '트럼프의 미국' 역시 국제사회에서 의미있는 일들을 계속 할 것이다. 미국은 중동과 아프가니스탄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억제를 위한 외교 압박도 진행 중이다. 캐나다·멕시코와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이 지배하던 국제적 질서는 변하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현재까지 미국의 역할을 대신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절대적 파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의 리더십은 자국내 사회 불안을 억제하고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는 등 국내 문제에 국한돼 있다. 지역 및 국제 관계에서 중국의 이익은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합의를 이루는 것보다는 국내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러시아는 정권 유지와 주변국에 대한 영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인도는 경제개발과 파키스탄과의 관계가 골칫거리다.


일본은 인구감소와 국내 정치 및 경제, 주변국과의 긴장관계에 발목잡혀 있다. 유럽은 회원국과 유럽연합(EU)과의 관계에 대해 제기되는 의문 때문에 정신이 없다. 결과적으로 유럽 공동체는 개별국의 총합보다 힘이 없게 됐다.


미국의 뒤를 이을 슈퍼파워가 없다는 것이 반드시 국제질서의 혼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여러개의 강대국들이 힘을 합쳐 미국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들 국가는 능력과 경험. 합의 부족으로 미국을 대체하기 어렵다.


현재 가장 그럴듯한 시나리오는 질서와 무질서의 혼재된 발현이다. 중국은 아시아에서 다양한 무역과 인프라·안보 메커니즘을 실행하려 할 것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한 11개국은 미국을 빼고 이 체제를 출범하려 할 수 있다. 중국이 북한을 억제하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할 준비가 돼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어떻게 분쟁을 피할지, 아시아 국가들이 어떤 식으로 영토 문제를 해결할지도 알수 없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비 지출이 늘면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크고 작은 역내 분쟁과 15년간 이어진 미국의 지나친 개입과 불개입으로 중동의 불안정성은 예외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현재 중동이 처한 임박한 위험은 예멘과 시리아, 리비아 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직접적 충돌에서도 비롯된다.


EU 개혁을 약속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당선으로 유럽은 이런 흐름에서 제외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와 이탈리아 및 그리스의 위기, 러시아의 돌발행동과 같은 요인을 고려하면 EU가 직면한 불확실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수십년동안 많은 국가들은 미국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지만 이들 국가는 이제 과거와 달라진 미국의 리더십과 직면해야 한다. 해당 국가들이 이런 세상을 맞을 준비가 됐는지 또는 이런 세상에서 더 나은 삶을 살게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 / 번역: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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