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그동안 많은 논란을 낳았던 가계통신비 인하방안이 발표되었다. 복지통신 확대, 요금할인율 상향, 공공 와이파이 확대, 보편요금제 도입 등이 그 골자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많은 노력을 한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기대수준이 높아진 국민들이 이 정로 만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이번 대책의 장기추진과제라 할 수 있는 보편요금제의 시행가능성에 대해서도 관심이 크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의 기본료폐지 공약에 대다수 국민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이통사를 비롯한 통신업계 종사자들은 현실을 무시한 무리한 정책이라고 반발해 왔다. 이들은 우리나라 통신요금이 비싸지 않다는 점, 시장경제를 지향하면서 요금인하를 정부가 강제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입자당 1만1000원씩 요금을 일률적으로 인하할 경우 당장 적자로 전환한다는 점,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한 대규모 5G투자를 조만간 시행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리가 있는 얘기다.
그럼에도 통신요금수준이 높지는 않지만 국민들의 통신사용량이 많고 결과적으로 통신비가 가계에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경쟁체제라고 하지만 단통법의 보호를 받으며 거의 동일한 요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실상 과점체제를 유지해 온 이통사들이 요금인하 이슈를 마냥 외면만 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도 설득력을 갖는다.
필자는 당장 기본료폐지 수준의 요금인하는 어렵지만 정부가 정교하고 장기적인 정책을 마련해 실현한다면 대통령 임기내 1만원 정도의 요금인하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세단계의 정책을 제안한다.
우선 단기적으로 현재 요금체계를 전면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기본료가 있는 2G와 3G요금제를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정액제로 개편하되, LTE에 대해서도 동일한 수준으로 요금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
2단계로 내년부터 주파수할당이 시작되는 5G네트워크 투자비절감을 유도하고 이를 요금인하의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5G는 LTE보다 훨씬 싸게 다량의 데이터 제공이 가능한 네트워크다. 이 5G통신망의 효율성에다 더해 주파수 할당 및 망구축시 이통사들이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되, 절감되는 만큼 요금인하에 반영되도록 주파수할당 조건에 반영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5G주파수 할당정책을 지나친 가격경쟁을 유도하는 경매제에서 할당대가를 일정수준으로 미리 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해서 부담을 덜어주고, 트래픽이 적은 외곽지역은 공동망 구축을 의무화해서 투자비를 절감토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주파수할당대가 감액, 공동망 구축의무화에 아울러 5G통신망의 효율성까지 활용한다면 데이터요금을 지금보다 상당히 낮추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3단계이자 근본적인 문제 해결 정책은 경쟁활성화이다. 우선 요금인가제를 폐지하여 사업자간 치열한 요금경쟁을 하도록 유도하고, 알뜰폰 사업자들이 시장에 조속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매이용대가 인하, 전파사용료 감면 등의 육성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한편으로 본격적인 경쟁활성화를 위해서는 제 4이동통신사업자의 시장진입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통신망구축과 고객확보유지를 위한 비용이 엄청나다는 점을 감안하다면 중소기업 컨소시엄이 감당할 수준은 아니다. 이들이 부실화하면 사회적 부담만 키울 수 있다. 국내 통신서비스를 한단계 높이고 그 혜택을 고객에게 누릴 수 있도록 하려면 해외사업자와도 경쟁을 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김연학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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