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4차 산업혁명에서 일자리와 교육의 문제를 살펴보자. 우리가 흔히 일(work)이라고 말하는 행위를 재미와 의미라는 요소로 본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의미가 있는 업(mission)이다. 조직에 소속된 업이 직업이다. 업은 소명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창조성이 뒷받침돼야 하는 일이다. 다음은 재미가 있는 놀이(play)다. 놀이는 현재의 나를 위한 즐거움을 제공한다. 감성이 뒷받침돼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재미나 의미도 없는 일이 있다. 바로 노동(labor)이다. 고통과 지루함이 속성인 반복되는 삽질이다. 이런 삽질을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하자는 것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이 갖는 의미다.
한스 모라벡은 "인간에게 쉬운 일은 로봇에게 쉽고, 로봇에게 쉬운 일은 인간에게 어렵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인간과 로봇이 협력을 통해 함께 일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반복되는 노동은 로봇이, 창조적 일은 인간이 나눠 공존하는 것이다. 로봇에게 고통스런 노동을 넘겨주고 사람은 의미과 재미가 있는 업과 놀이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교육은 투 트랙으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하나는 창조성으로 세상을 바꿀 인재 교육이고, 다른 하나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일자리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일자리 안전망인 지속적 평생 교육 시스템이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에서 미래 인재상은 명확해진다. 창조성과 감성을 바탕으로 협력하는 인간상이다. 이를 '협력하는 괴짜'라 명명하고자 한다. 인간의 창조성이 더욱 강조되고 중요해질 것이다.
창조성은 약한 연결, 느슨한 관계를 통해 발현된다. 1973년 마크 그라노비티는 '느슨한 관계의 힘'이라는 논문에서 느슨한 관계가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즉 그저 아는 정도의 사람들의 영향으로, 그런 사람들은 우리가 새로운 직장을 구할 때 대부분의 경우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집단지능이 연결돼 창조성을 만들고, 연결된 집단지능들이 협력하는 괴짜 교육과 더욱 쉽게 연결하는 기술을 통해 융합되면 모라벡의 패러독스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협력하는 괴짜는 사회와 교육이 융합한 팀 프로젝트 교육을 통해 육성된다는 것이 현재의 일관된 결론이다. 기존의 가르치는 교육을 스스로 배우는 학습으로 방향 전환을 하자는 것이다(less teaching, more learning). 그래서 기존의 지식 교육은 온라인으로 이동시킨 소위 온라인공개수업(MOOC)으로 대체하고, 역진행 교육(Flip Learning)으로 온라인 교육의 집중도 문제를 보완하게 된다. 웨슬리 베이커(2000)가 제창한 역진행 수업은 '강단 위의 현인(sage on the stage)' 대신 '객석의 안내자(guide on the side)'라는 문구와 함께 많이 인용되기 시작했다. 교수는 학생 면담을 기반으로 해당 학생의 교과목을 조정할 수 있다. 이러한 자율적 학습에 따른 액티브 러닝이 협력하는 괴짜들을 키워 미래 사회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은 기존의 일자리 수명을 단축시킨다. 지속적 재교육인 평생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한 대안이 바로 '에듀테크'라는 거대한 기술 변화다. 미국에서 2015년 에듀테크 스타트업에 투자된 금액이 18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게임과 IT와 사교육이 융합하는 에듀테크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인 동시에 대한민국의 미래 전략이 돼야 할 것이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KCERN)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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