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연방검찰, 테메르 대통령 뇌물수수 혐의 인정
하원 전체 표결서 3분의2 찬성하면 기소·재판 성립…180일간 대통령 직무정지
야당·여론 자진사퇴 압박…브라질 대통령 2회 연속 탄핵 가능성↑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연방대법원에 기소됐다.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수장에 오른 테메르 대통령마저 재판에 넘겨지면서 브라질은 2회 연속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로드리고 자노 브라질 연방검찰총장은 테메르 대통령에 대한 수사 결과 뇌물수수 혐의가 인정된다며 그를 연방대법원에 기소했다고 현지 언론과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자노 총장은 이날 법원에 보낸 성명서에서 테메르 대통령과 그의 보좌관 출신 호드리구 호샤 로우리스 전 연방하원의원에 대한 처벌 필요성을 강조했다.
테메르 대통령은 올해 3월7일 세계 최대 육류가공 업체인 JBS의 조에슬레이 바치스타 대표를 집무실에서 만났을 당시 대화한 내용이 담긴 녹음 테이프가 공개되면서 각종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테이프에는 테메르 대통령이 JBS에 세금감면과 대출 혜택을 제공하는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받거나 약속하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또 테메르 대통령이 뇌물수수 혐의로 복역 중인 에두아르두 쿠냐 전 하원의장의 입을 막기 위해 그에게 계속 금품을 제공하라고 바치스타 대표에게 지시하는 내용도 확인돼 거센 퇴진 압박을 받아왔다.
앞서 브라질 연방경찰은 녹음테이프를 정밀 분석해 이들의 대화 내용이 사실이며 조작 흔적은 없는 것으로 결론내고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당시 경찰은 테메르 대통령이 부패 스캔들과 관련한 수사를 방해하려 한 정황도 있다고 밝혔다.
검찰의 기소에 따라 현직 대통령에 대한 권한정지와 재판 개시에 대한 결정권은 하원으로 넘어갔다. 브라질에서 대통령에 대한 기소가 성립하고 재판이 시작되려면 연방하원 사법위원회의 심의·표결과 전체 회의 표결을 거쳐야 한다. 하원 전체 회의 표결에서 재적의원 513명 중 3분의2인 342명 이상이 찬성해야 기소와 재판이 성립될 수 있다. 재판이 시작되면 테메르 대통령의 직무는 180일동안 정지된다.
브라질 검찰은 테메르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뇌물수수 외에도 사법방해, 공갈 혐의 등에 대한 추가 기소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주요 외신은 검찰이 테메르 대통령을 일괄 기소하지 않고 각각의 죄목을 별도 기소할 경우 매번 하원에서 재판 시작에 대한 표결을 거쳐야 해 대통령을 더욱 압박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테메르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며 "무죄를 입증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테메르 대통령을 지지하는 연립정당은 재판을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야당은 테메르 대통령이 자진 사퇴하지 않을 경우 탄핵을 추진하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테메르 대통령 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최근 한 자릿수까지 추락하며 탄핵 여론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가 지난 주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테메르 대통령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를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응답자는 7%에 불과했다.
이는 다타폴랴가 1989년 9월 주제 사르네이 정부 당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정지지율 5%가 나온 후 2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또 탄핵 당한 호세프 전 대통령 정부가 2015년 8월에 기록한 8%보다도 낮다. 이번 조사에서 만일 테메르 대통령이 사임을 거부한다면 의회가 탄핵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은 81%에 달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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