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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읽다]동병상생(同病相生)으로 암 이긴다

시계아이콘02분 32초 소요

병원들, 암 완치자와 암 경험자 연결해 상생 효과

[건강을 읽다]동병상생(同病相生)으로 암 이긴다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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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연민의 정이 있습니다. 함께 고통받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서로 위로가 됩니다. 최근 병원을 중심으로 '동병상련(同病相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동병상생(同病相生)으로 나서는 길을 찾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같은 병을 앓다 회복된 사람이 환자를 보듬어주는 치료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죠. 좋은 의사나 전문 치료약보다 효과가 더 크게 느껴진다는 게 환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입니다.

◆절망에서 희망으로=서울아산병원에서 유방암 3기 완치판정을 받은 이연분 씨가 퇴원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것은 '새순회'에 가입하는 일이었습니다. 유방암을 이겨낸 이들이 환자들의 고민을 듣고 상담해주는 봉사단체입니다. 이 씨가 다른 일보다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이유는 유방암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을 때 새순회의 도움이 컸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힘들고 고통스럽게 항암치료를 받을 때 새순회 회원들이 손을 꼭 잡아줬다"며 "말 못할 고민을 들어줬고 어려운 치료내용도 경험을 섞어 이야기해줬다"고 말했습니다. 그때 그 경험이 자신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위로가 됐고 암을 이겨내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벌써 11년이 지난 일인데도 그의 기억은 생생한 듯 보입니다. 여전히 새순회 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씨는 "환자들이 있는 병실에 한 달에 한 두 번 직접 방문해 내 경험담과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이야기해 준다"며 "환자와 저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가 병실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듣는 질문은 "살 수 있을까요"라는 말이라고 합니다. 절망적인 상태라는 점을 그 한 마디 말로 유추해낼 수 있죠. 이 씨는 이렇게 대답한다고 합니다. "저는 유방암 3기였습니다. 희망적이지 않습니까"라고.


이 씨는 "평소보다 한 음 더 높은 목소리로 이렇게 답하면 환자의 불안한 눈은 동그래지고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며 "존재 그 자체가 희망이 된다"고 웃었습니다. 그의 희망 메시지는 암을 극복하고 암 이후에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느냐로도 이어집니다. "한 번 방문하면 하루에 30~40명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힘이 들기는커녕 에너지가 솟는다"는 이 씨는 "유방암을 극복한 나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새순회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오후 열리는 상담 세션을 통해 암 치료를 앞둔 새로운 유방암 환자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고 과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치료 과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대여성암병원의 파워업 프로그램=이대여성암병원은 '파워 업 프로그램'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방암, 부인암 환자로 구성된 행복바이러스 합창반은 '내 인생의 가장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 위한 합창 프로젝트'라는 슬로건으로 매주 모여 연습합니다. 합창반은 여성암 환우 병동과 병원 로비에서 정기 공연을 통해 희망의 하모니와 긍정의 에너지를 전합니다.


암 치료를 하는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해피파워 노래 교실'과 시원한 웃음으로 편안함과 기쁨, 치유의 경험을 체험하는 '행복 찾기 웃음치유'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대여성암병원은 이유회(유방암), 난초회(부인암) 등 환우회를 통해 효과적 암 치료와 암 환우들이 건강한 생활을 지속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10년 이상 암 생존자들과 가족을 매년 초청해 장기 생존을 축하하는 '아름다운 동행' 행사도 엽니다.


◆암경험자 코칭 프로그램 공식 도입= 환우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던 프로그램을 병원들이 공식적으로 도입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서울대병원은 최근 암을 성공적으로 이겨낸 환자가 다른 환자의 암 극복을 조언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서울대병원 암통합케어센터 윤영호 교수팀은 국내 9개 상급종합병원과 함께 '건강리더십과 코칭(Leadership and Coaching for Health, LEACH)'이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 효과성을 입증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암경험자는 늘어나고 있는데 상당수가 운동부족 등 잘못된 건강습관을 가지고 있거나 과체중, 스트레스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미국의학연구소(Institute of Medicine)는 암을 만성질환처럼 관리하는 새로운 치료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암환자 스스로가 자신의 건강을 꾸준히 관리하는 '자기경영(Self-Management)'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울대병원은 완치를 판정받은 암환자(치료 후 5년 이상 생존)가 치료가 끝난 암경험자를 지도하는 프로그램인 'LEACH'를 내놨습니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건강 파트너'와 '건강 마스터'를 각각 훈련시켰습니다. 건강 파트너는 암완치자로 암경험자가 치료 후 스스로 암을 극복하도록 신체건강은 물론 식습관, 스트레스 관리 등에 코칭을 제공합니다. 건강 마스터는 이 건강 파트너에게 의학적 자문을 하는 의료진과 코칭 전문가로 구성됐습니다.


연구팀은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암경험자 206명(치료 후 2년 이내)을 실험군(134명)과 대조군(72명)으로 나눠 LEACH의 효과성을 분석했습니다. 실험군에는 건강교육자료와 리더십 강화 워크숍, 16회에 걸친 건강파트너의 전화 코칭 등 LEACH 프로그램을 실시했습니다. 대조군의 경우 일반적 암 치료 후 관리를 받게 했습니다. 대신 건강교육자료와 리더십 강화 워크숍은 제공했습니다.


그 결과 LEACH 프로그램을 시행한 실험군은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3개월 후 불안, 사회적 기능, 식욕, 경제적 어려움 등의 개선효과가 상대적으로 컸습니다. 12개월 후에는 피로, 건강습관 등이 더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윤영호 교수는 "암 치료 직후는 동기부여가 강해 건강습관을 개선하기에 좋은 시기"라며 "이 연구와 프로그램이 암을 이겨낸 생존자와 암환자 간 파트너십 형성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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