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 기하영 기자]23일 오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4대 그룹 최고위 경영진이 간담회를 가졌다. 4대 그룹 경영진은 이날 만남에 긴장한 듯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묵묵부답 했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이 유일하게 "들으러왔다"는 짧막한 답변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간담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1시간 가량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배석자 없이 비공개로 진행된다. 공정거래위원장이 4대 그룹 수뇌부를 만나는 것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 이후 13년 만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진행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한상의에서는 이동근 상근부회장이 함께한다. 삼성그룹 측은 전날까지도 누가 참석할지 확정하지 못하기도 했다.
정진행 사장은 이번 만남에 대한 질문에 "들으러왔다"고 답했다. 권오현 부회장과 박정호 사장, 하현회 사장 등은 기자들의 여러 질문에도 아무런 말 없이 간담회 장소로 이동했다. 첫 간담회인 만큼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의 방향과 속도 등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재벌해체' 같은 극단적인 오해를 해소하는 계기도 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경제팀 현안간담회에서 "재벌개혁 정책에 대해 몰아치듯이 가는 것이 아니고 신중하고 합리적이고 일관성 있게 예측 가능성 있게 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재벌저격수' 이미지가 있는 김 위원장이 강압적인 방식의 개혁안보다는 4대 그룹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식의 대화가 오갈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새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도 4대 그룹의 협조를 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 역시 지난 14일 취임사에서 "일자리 창출과 함께 법제도적 기반과 경제사회적 약자보호 등 사회적 요구를 조화시키는 최적의 지점을 찾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하는 등 일자리 정책에 대한 정부의 정책과 맥이 닿아 있는 본인의 생각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재계 입장에서는 이날 김 위원장의 발언에 촉각을 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인 상장기업 총수일가의 지분 요건을 현행 30%에서 낮추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번 4대 그룹과의 만남에 대해서도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의 재벌 개혁을 위해 출발선에 선 것"이라고 밝혀 발언의 의미를 놓고 재계는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물론 4대 그룹도 간담회 자리에서 재계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우려와 애로점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정위는 현재 45개 대기업집단의 불법 내부거래 행위에 대한 자료를 분석하고 있고, 이를 마무리한 뒤에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직권조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대기업 조사를 전담할 기업집단국까지 신설되면 공정위의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질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여러 말만 무성할 뿐 구체적인 대기업 정책에 대한 세부 내용은 밝히지 않은 상태"라면서 "정책에 대해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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