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위장-4대 그룹 간담회
상생협력 자발적참여 촉구할 듯
일감 몰아주기 실태조사도 설명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새 정부 경제팀이 출범 이후 처음으로 재계와 마주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3일 서울 대한상의에서 재계 4대 그룹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재벌 개혁 정책 전반에 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경제 공약을 설명하고 향후 정책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자리로 상생협력 자발적 참여와 협조 요청 수준의 대화가 오갈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기간은 물론 취임 이후에도 강도 높은 경제민주화를 예고하며 재계를 정조준해왔던 만큼 일감몰아주기와 같은 특정 사안에서 대해서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사태로 드러난 정경유착 의혹이 모두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새 정부의 개혁의지로 인해 재계로써는 상당한 부담을 떠앉게 됐다.
이날 김 위원장과 4대그룹 간담회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해 정진행 현대차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 사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오후 2시에 시작해 한시간 가량 간담회가 이어질 예정이다.
구체적인 논의 안건은 미공개다. 다만 공정위가 한 발 앞서 밝힌 재벌개혁의 청사진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다. 공정위는 재벌개혁을 대-중소기업이 상생협력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모범 사례를 만드는 '포지티브 캠페인'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김 위원장도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의제는 구체적이지 않다"면서도 "재벌개혁을 몰아치듯이 또는 때리듯이 진행하지는 않겠다는 취지를 분명히 말씀드리고 다만 기업도 스스로 사회와 시장의 기대에 맞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기업 스스로 달라지는 변화를 촉구하는 수준의 정부 제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나 갑을관계의 문제를 안고 있는 하도급거래 개선 등 특정 사안에 대해서 정부가 가진 확고한 의지를 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지난 3월부터 대기업집단 내부거래에 대한 실태조사와 하도급·가맹사업과 유통·대리점 등에 대한 서면 실태조사를 통해 결과가 나오는 대로 집중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연말까지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한 만큼 이 자리에서 관련한 당부도 빠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순환출자구조 해소 등 지배구조 개선 관련 이슈는 공식적으로 논의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그룹별로 지배구조가 서로 다를 뿐만 아니라 그룹 총수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이슈를 정부 초반부터 건드릴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가 정부 내에서도 흘러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대화를 통해서 서로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기업들이 변화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기업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이번 자리의 중요 목적"이라며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 동행 등 기업과의 소통은 지속적으로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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