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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도 떨고 있는 미국의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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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도 떨고 있는 미국의 특검 로버트 뮬러 특검[사진=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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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특유의 현란한 임기응변과 맞불 전략으로 돌파해 왔다. 그러나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말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일단 특검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한 이상 백악관의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조차 엄정한 사법 수사망을 피하기 힘들다. 트럼프 대통령의 운명도 뮬러 특검 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대통령을 떨게 만드는 미국의 특검제도는 한번에 완성되고 정착된 것은 아니다. 숱한 우여곡절과 논란을 거쳐 권력자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를 하고 시시비비를 가려줄 제도로 미국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142년의 역사를 지닌 미국 특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특별검사(Special Prosecutor)'란 명칭이 등장한 것은 1875년이다. 제18대 대통령 율리시스 그랜트는 측근들이 위스키 제조업자들과 결탁해 탈세를 돕고 막대한 이익을 챙긴 사건이 폭로되면서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 그는 결국 그해 6월1일 변호사 출신의 상원의원 존 핸더슨을 특별 검사로 임명했다. 이때부터 미국에선 검찰을 지휘할 수 있는 대통령이나 측근 등 권력자들의 의혹을 수사할 필요가 있을 때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지기 시작했다. 일선 검사가 연방 검찰을 지휘할 수 있는 대통령이나 정부 고위층을 수사할 때 생길 수 있는 '이익의 충돌'을 방지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보장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그랜트 대통령은 특검을 도입한 공과 함께 특검을 방해한 첫 대통령이란 오명도 지니고 있다. 자신이 임명한 핸더스 특검이 측근들의 비리를 파헤치고 관련자를 줄줄이 잡아들이자 그를 해임시키는 등 특검을 무력화했다. 이후 재판에 압력을 가해 끝내 측근들의 무죄판결을 받도록 도와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미국 특검제도는 140년이 넘도록 관행이나 특별법으로, 혹은 법무부 내규를 통해 면면히 이어져왔다.

◆'토요일 밤의 학살'을 겪으며 확고히 자리 잡다= 미국에서 특검이 법적인 체계를 갖추고 기반을 잡는 데는 1972년의 '워터게이트 사건'과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토요일 밤의 학살'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재선을 노리던 닉슨 대통령의 대선 캠프가 워터게이트 건물 안의 민주당 대선본부를 도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미국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여론에 밀린 닉슨 대통령은 1973년 4월 법무부 장관을 통해 아치볼드 콕스 하버드 법대 교수를 특검에 임명, 관련 수사를 맡겼다.


콕스 특검은 닉슨 대통령이 사건 은폐를 지시한 내용이 담긴 녹음 테이프의 존재를 파악하게 됐고 이를 확보하기 위해 백악관에 소환장을 발부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느낀 닉슨 대통령은 결국 특검 해임을 지시했지만 당시 엘리엇 리처드슨 법무부 장관은 이에 불복하고 사임했다. 닉슨 대통령은 다시 법무부 차관에게 이를 지시했지만 그마저 이를 거부하고 퇴임하자 부차관을 통해 끝내 특검을 해임했다. 바로 토요일 밤의 학살(Saturday Night Massacre)이다.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자충수가 됐고 궁지에 몰린 닉슨 대통령은 새로운 특검을 임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미 전역은 닉슨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여론으로 들끓었다.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되고 상원마저 탄핵 표결 절차를 밟아나가자 닉슨 대통령은 1974년 8월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미국에선 특별검사의 독립성과 신분을 확고히 보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지미 카터 정부 시절인 1978년 미국 공직자윤리법이 제정되기에 이른다. 이후 법개정 과정에서 특별검사로 불리던 명칭은 '독립 변호사(Independent Cousel)'로 변경됐다. 독립성을 강조하면서도 수사 대상자들이 반드시 기소되는 것은 아니란 차원에서의 명칭 변경이었다.


한편 한시법이었던 특검법은 1999년에 의회에서 재연장 의결이 되지 않고 자연 폐기됐다. 그러나 특검제도는 미국 연방규정 제28편 제600장을 통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법무장관은 대통령이나 행정부 고위직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특별검사를 임명할 수도 있고, 해임할 권한도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서 뮬러 특검 해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규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한편 명칭도 '특별 변호사(Special Counsel)'로 달라졌다. 그러나 일반적으론 특별검사란 명칭으로 그대로 쓰이는 추세다.


미국 특검제도의 특징 중 하나는 수사대상으로 지목된 자와 관련된 '모든 사건(all related matters)'을 수사한다는 점이다. 사실상 수사 대상에 제한이 없다. 특검 수사의 시한과 정해진 예산도 따로 규정을 두지 않는다. 해임이 되지 않는 한 모든 의혹에 대해 충분한 시간과 예산을 갖고 철저히 파헤친다는 의미다.


◆논란도 많았던 특검들= 특별검사가 늘 박수받으며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치는 것은 아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가장 많은 화제와 논란을 불러온 특검으로는 단연 케네스 스타가 꼽힌다. 1994년에 임명된 스타 특검은 무려 5년간 4000만달러를 써가며 빌 클린턴 대통령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처음엔 아칸소 주지사 시절 부동산 거래 부정 의혹인 '화이트 워터 사건'이 수사 대상이었지만 이후 클린턴 대통령과 관련된 모든 의혹들을 다 뒤졌다. 그러다가 클린턴 대통령과 백악관 인턴 여직원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추문 스캔들까지 찾아내 이를 다뤘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성추문 행위 등이 낱낱이 대중에 공개되면서 스타 검사가 클린턴 대통령뿐 아니라 미국 전체를 수치스럽게 만들었다는 지탄도 받았다. 스타 검사는 노골적으로 야당인 공화당 지지성향을 드러내며 대통령을 탄핵 위기로 몰았지만 의회에선 부결됐다. 미국의 특검법이 1994년 자동 폐기된 것도 스타 검사를 둘러싼 후유증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이란ㆍ콘트라 사건을 전담한 로렌스 월시 특검은 무려 7년간 활동했다. 집행된 예산도 4790만달러로 사상 최고액이었다. 월시 특검은 1980년대 도널드 레이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 정권 발목을 잡고 내상을 입힌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의 뮬러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을 상대로 러시아 유착과 관련 수사 방해 의혹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수사 대상은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그 측근과 친인척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권력서열 2위라는 말을 듣는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벌써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은 물론 마이크 펜스 부통령마저 개인 변호사를 고용해 특검 수사에 대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뮬러 특검과 트럼프 대통령의 승부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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