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한 것은 배경에 청와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공무원들이 삼성 합병을 위해 한 행동들이 청와대의 영향력 없이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16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정황에 대해 설명했다.
박 교수는 지난 2015년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위원으로 있으면서 삼성그룹으로부터 합병에 동의해줄 것을 요청받았지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삼성이 합병 안건을 전문위가 아닌 국민연금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찬성 결정될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박 교수는 "당시 삼성 합병 안건이 당연히 전문위에 회부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삼성이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그로 인해 생기는 연금기금의 가치 등을 고려하면 투자위가 판단할 사항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가 받았던 인상,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그런 게(청와대의 뜻)이 아니겠냐는 개인적인 판단을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삼성 합병에 개입했다고 생각한 원인으로는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들었다.
박 교수는 "투자위의 결정의 나기 전후 전문위 간사는 '자기는 안건을 만들어 줄 수 없고, 안건이 없으니 회의도 열지 말라'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며 "일반적인 공무원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박 교수는 "투자위 입장에서는 논란이 예상되는 어려운 안건을 물어볼 수 있는 전문위는 본인들이 책임을 안 질 수 있는 편리한 장치"라며 "그런데도 자체적으로 결정한 건 내부적인 의사 결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박 전 대통령 공판에 출석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삼성물산 합병이 투자위원회에서 결정됐다는 걸 언론에서 보고 당시 친분이 있던 박 교수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며 "박 교수는 '자기도 이해가 안 돼 알아보니 청와대 뜻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에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삼성 합병이) 청와대의 뜻이라고 한 건 박 교수의 개인적인 판단"이라고 일축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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