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유제훈 기자]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발표했지만, 법이 엄격하게 정한 추경 편성 요건에 부합하는 지를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야당이 세금을 투입해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되더라도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량실업' 요건 부합하나= 기획재정부는 5일 추경을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최근 경기·고용의 구조적 요인을 감안할 때 적극적 일자리 창출과 민생지원을 통한 가계소득 확대 및 소득분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추경 편성의 법적 요건 가운데 '대량실업'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국가재정법에는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 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경우 등에만 추경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국가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되지 않도록 무분별한 추경을 법으로 막아놓은 것이다.
박춘섭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추경요건으로 두 번째 항목인 대량실업 발생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청년실업률이 과거의 경우 일반 실업률의 2배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3배 수준까지 올라와 앞으로 특단의 조치가 있는 않는 한 개선이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청년실업률이 2013년 이후 급격히 악화되고 있으며 특히 청년 체감실업률은 최근 3개월 간 24% 내외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년실업률은 2012년 7.5%였으나 지난해에는 9.8%까지 높아졌다. 청년체감실업률은 올들어 23~24%대를 기록하고 있다.
기재부는 경기상황에 대해 "최근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소비 등 내수는 회복세가 아직 견고하지 않다"며 "저소득층 소득 감소, 소득분배 악화, 고용·기업 양극화 등으로 체감경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1분위 소득증가율은 2013년 1.9%에서 2015년 9.1%로 높아졌으나 지난해 8.2% 감소로 전환했다. 지니계수가 2015년 0.295에서 지난해 0.304로 악화되는 등 분배지표도 최근 악화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추경을 실시할 만큼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1.1%를 기록했다. 여섯 분기만에 1%대를 회복한 것이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성장률이 각각 0.4%였던 것과 비교해도 경기회복세는 뚜렷하다. 특히 수출은 기저효과에 힘입어 올들어 두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여전히 경기회복을 장담하기는 불안한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4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세 대부분이 건설투자와 수출에 기댄 기형적이고 취약한 성장구조를 보이고 있다"며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하반기에도 수출이 증가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야당 "공무원 자리 늘리기 안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이번 국회에서 일자리 추경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여당 관계자는 "공무원 추가 채용에 대해서는 야당의 공세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반대 할 명분이 없을 것"이라며 "추경안 처리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본다"고 전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권은 일자리 추경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YTN에 출연해 "한국당은 지난 2월부터 추경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목적이 공공부문 일자리 만들기라면 찬성하기 어렵다"며 "진정한 일자리는 기업을 통해 창출되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당 역시 1만2000개의 공무원 일자리 증설과 관련해서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세금으로 공무원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불가하다"면서 "나머지 추경예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필요성 등을 따져 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대신 추경예산에 가뭄피해 대책 등이 포함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민의당은 이번 추경이 가뭄 피해에 단비가 될 수 있도록 '단비추경'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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