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발표했지만, 법이 엄격하게 정한 추경 편성 요건에 부합하는 지를 두고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청년실업 등을 보면 추경의 필요성에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최근 성장률 등의 지표는 대폭 개선됐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5일 추경을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최근 경기·고용의 구조적 요인을 감안할 때 적극적 일자리 창출과 민생지원을 통한 가계소득 확대 및 소득분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추경 편성의 법적 요건 가운데 '대량실업'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국가재정법에는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 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경우 등에만 추경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국가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되지 않도록 무분별한 추경을 법으로 막아놓은 것이다.
박춘섭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추경요건으로 두 번째 항목인 대량실업 발생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청년실업률이 과거의 경우 일반 실업률의 2배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3배 수준까지 올라와 앞으로 특단의 조치가 있는 않는 한 개선이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청년실업률이 2013년 이후 급격히 악화되고 있으며 특히 청년 체감실업률은 최근 3개월 간 24% 내외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년실업률은 2012년 7.5%였으나 지난해에는 9.8%까지 높아졌다. 청년체감실업률은 올들어 23~24%대를 기록하고 있다.
기재부는 경기상황에 대해 "최근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소비 등 내수는 회복세가 아직 견고하지 않다"며 "저소득층 소득 감소, 소득분배 악화, 고용·기업 양극화 등으로 체감경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1분위 소득증가율은 2013년 1.9%에서 2015년 9.1%로 높아졌으나 지난해 8.2% 감소로 전환했다. 지니계수가 2015년 0.295에서 지난해 0.304로 악화되는 등 분배지표도 최근 악화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1.1%를 기록했다. 여섯 분기만에 1%대를 회복한 것이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성장률이 각각 0.4%였던 것과 비교해도 경기회복세는 뚜렷하다. 특히 수출은 기저효과에 힘입어 올들어 두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성장률이 3%를 상회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솔솔 나오고 있다.
경기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현대경제연구원은 4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세 대부분이 건설투자와 수출에 기댄 기형적이고 취약한 성장구조를 보이고 있다"며 분석했다. 건설투자의 성장률 기여도는 1.1%포인트에 달하지만, 민간소비는 0.2%포인트에 불과하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여 향후 수출회복이 강화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하반기에도 수출이 증가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경제의 양대 축인 수출과 내수 모두 회복세가 견고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새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성장이라는 경기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서는 추경을 통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