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파리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오랜 노력 끝에 성사시킨 국제협정에서 탈퇴한다는 미국의 결정에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부터 미국은 파리협정의 전면적인 이행을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파리협정은 미국에 불리하다"며 "나는 미국 국민을 보호할 책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는 대신 미국과 미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더 좋은 조건의 새 협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로운 협정은 세계의 모든 나라가 부담과 책임을 공유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공평한 부담을 강조했다. 다만 "공정한 협정이 만들어지면 정말 좋겠지만 안 돼도 좋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부터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는 중국이 꾸며낸 것이라며 파리협정 파기를 주장해왔다. 지난 3월 파리협정에 따른 이행 조치인 탄소세 도입을 백지화하면서 이미 결별 수순을 밟았다. 스콧 프루잇 환경보호청(EPA) 청장은 취임하자마자 파리협정 탈퇴를 위한 세부 내용과 후속 조치를 준비해 왔다.
파리협정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주요 외교 업적으로 거론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중 성명을 내 "이번 결정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미래를 거부한 극소수 국가에 합류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인과 지구의 미래에 오점을 남겼다"며 "지구를 대체할 행성이 없으므로 대체할 협상도 없다"고 비난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을 감쌌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대통령 경제자문단에서 탈퇴하기로 했다.
비난이 잇따르는 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국가 정상들에게 전화를 걸어 재협상을 요구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과 전화통화하고 탈퇴결정 배경과 협정 재협상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각국 정상들은 재협상에 대해 냉소적이다. 메르켈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파리협정은 재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3개국 정상은 이어 "파리협정은 국제적인 협력의 주춧돌(cornerstone)"이라며 "협정에서 제시된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이행할 수 있도록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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