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바둑 1차전 완승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인간-인공지능 승패 무의미
실시간 수싸움 PC게임
인공지능 능력 테스트할
'스타크래프트' 다시 주목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구글의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중국 바둑의 자존심 커제를 꺾었다. 시종일관 일방적인 경기운영이었다. 지난해 이세돌과의 대국을 지켜보며 "알파고가 나를 이길 수는 없을 것"이라며 자신만만했던 커제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23일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烏鎭)의 국제인터넷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 3번기 1차전에서 알파고가 중국 바둑랭킹 1위 커제 9단에게 289수 만에 백 1집 반승을 거뒀다.
대국을 지켜본 바둑인들의 평가는 한결 같았다. 인공지능 바둑을 이제 인간은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
바둑 국가대표 코치인 이영구 9단은 "알파고는 완벽하다. 이세돌 9단과 둘 때는 버그가 조금씩 나오기도 했는데, 오늘 대국은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김찬우 6단은 알파고가 60연승을 할 때 이미 프로그램이 안정화 단계에 있었다면서 "지금 알파고 바둑에는 빈틈이 없다. 거의 완벽에 가깝다. 흔들기도 안 통한다"고 평가했다.
NHN엔터테인먼트 한게임 바둑 총괄팀장인 김강근 7단은 "알파고는 초반 우세를 잡은 뒤 완벽하게 마무리하며 인공지능의 완벽함과 무서움을 동시에 보여줬다"고 말했다.
바둑으로는 더이상 승패를 가름한다는 것이 무의미해졌다. 이런 상황속에서 다시 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가 주목받고 있다. 바둑계를 평정한 알파고가 다음 종목으로 스타크래프트를 택할 가능성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허사비스는 "알파고가 바둑 이후에 도전할 종목으로 스타크래프트를 주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스타크래프트는, 바둑과는 또다른 측면에서, 인공지능의 능력을 테스트할 새로운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바둑은 바둑판에 놓인 상대방의 돌을 보며 자신의 수를 결정한다. 반면 스타크래프트는 상대방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실시간으로 결정을 해나가야 한다. 시간제한도 없다. 매순간 상대방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결정을 해나가야 한다.
알파고와의 스타크래프트 대결은 큰 주목을 받았지만, 대결 자체가 불평등하다는 논란이 제기됐었다. 인간에게만 신체적·물리적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하나의 팔을 이용해 마우스를 움직이며 게임을 하나하나 조작해야하지만, AI는 그럴 필요가 없다. 동시에 수십수천개의 입력이 가능하다. 입력과 출력의 시차가 거의 없다. 빠르게 눈동자를 움직이고 마우스를 끄느라 지칠 일도 없다. 그래서 제시된 대안이 '로봇팔'의 장착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균형을 찾는 중이다. 로봇팔은 이미 개발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구글 I/O 2016' 기조연설에서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구글은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활용해 로봇팔을 학습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로봇팔의 개발이 완료된다면 인간과 알파고의 스타크래프트 대결도 곧 지켜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