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7일 정동 일대에서 ‘정동야행’ 개최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5월의 마지막 주말은 정동 구석구석을 밤늦도록 걸어보자.
중구(구청장 최창식)는 26~ 27일 이틀간 정동 일대에서 밤의 역사문화 테마여행인‘정동야행(貞洞夜行)’축제를 연다.
올해로 3년째를 맞는 정동야행은 매년 5월과 10월 마지막 금요일·토요일에 걸쳐 개최하고 있다.
이번에도 26일 오후 6~10시, 27일 오후 2~10시 운영한다.
정동의 아름다움이 가장 잘 묻어난다는 늦은 봄밤에 정동을 마음껏 누빌 수 있는 기회다. 국내를 대표하는 문화재 야행답게 이번에도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오후 7시 덕수궁 중화전 앞에서 1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개막식을 갖는 정동야행은 ▲야화(夜花, 정동 역사문화시설 야간개방 및 공연)를 중심으로 ▲야로(夜路, 정동 투어) ▲야사(夜史, 덕수궁길 체험프로그램) ▲야설(夜設, 거리 공연) ▲야경(夜景, 정동 야간경관) ▲야식(夜食, 먹거리) 등 6가지 테마로 진행된다.
◆35개 시설 참여, 야간 개방에서 다양한 공연까지
이번 정동야행은 역대 가장 많은 35개 시설이 참여한다. 덕수궁, 시립미술관, 정동극장, 주한미국대사관저, 서울역사박물관,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성공회 성가수녀원, 배재학당역사박물관 등이 손잡고 야간개방, 특별공연 등을 통해 정동의 밤을 수놓는다.
덕수궁 중화전 앞에서는 양일간 고궁음악회가 열린다. 26일 오후 7시10분에는 금난새가 지휘하는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콘서트가 마련되고 27일 오후 7시에는 배우 황석정과 하림 밴드가 출연하는 음악극 '천변살롱'이 펼쳐진다.
'천변살롱'은 1930년대 경성을 시간적·공간적 배경으로 삼아 전개되는데 당시 대중음악 장르였던 만요를 들을 수 있다.
고종이 대한제국 선포 후 승하하기까지 머물렀던 덕수궁 석조전은 정동야행을 맞아 연장 개방된다. 이틀간 오후 6시와 7시에 4회 추가 개방한다. 정동야행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받아 매회당 20명씩 총 80명을 선정해 특별 관람 기회를 제공한다.
평소 개방하지 않는 시설을 둘러볼 수 있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봄 정동야행 때마다 문을 열었던 미국대사관저는 이번에도 27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옛 미국공사관이었던 영빈관 건물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한다.
도심 속 고요한 섬과 같은 성공회성가수녀원도 26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아름다운 정원을 공개한다. 1925년 설립된 성가수녀원은 외빈관, 피정집, 주교관 등 여러 채의 한옥이 정원을 감싸고 있는 형태다. 정동야행 홈페이지에서 사전 신청을 받아 무작위 추첨을 통해 관람 대상자 80명을 선정한다.
캐나다대사관에서는 캐나다 건국 150주년을 기념해 캐나다의 오로라 영상작품을 선보인다. 대사관 1층에 돔영상관을 설치하고 360도 VR영상을 상영한다. 26일 오후 6시, 27일 오후 5시부터 매시 정각과 30분에 선착순 50명을 한정해 진행한다.
국악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된다. 27일 오후 3시와 4시30분에 시립미술관 앞마당에서는 이상화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기본 스토리로 국악, 비보이, 마임 퍼포먼스의 협연이 펼쳐진다. 26일 오후 8시30분 덕수궁 중명전에서는 뉴에이지 국악밴드와 피아노·퍼커션 세션의 합동 선율이 관객들을 매혹한다.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의 영국제 파이프오르간 구경도 빼놓을 수 없다. 축제기간 중 저녁시간에 두 차례씩 총 4번의 연주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 밖에 27일 오후 3시와 4시30분 농업박물관에서는 1900년대 정동과 농촌의 광경을 호랑이의 시각으로 묘사한 그림자극 '정동으로 떨어진 호랑이'가 있고 27일 오후5시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TV프로그램‘역사저널 그날’로 익숙해진 신병주 교수가 정동 곳곳에 얽힌 근대사를 풀어가는 '고종의 생애와 대한제국' 특강이 준비돼 있다.
정동야행에 참여하는 문화시설들은 입장료를 할인해 관람객을 맞는다. 아시아 최초의 밀랍인형 전문박물관인 그레뱅 뮤지엄은 정동야행 리플릿을 가져오면 성인 입장료를 1만원 할인, 60개월 이하 아동은 무료입장시킨다.
NH아트홀도 국악 뮤직쇼‘판타스틱’의 관람료를 30% 할인, 일민미술관은 입장료를 50%까지 할인해준다. 또한 조선일보미술관은 이승찬 개인전을 무료 개방하고 정동야행에 처음으로 참여하는 한길책박물관도 축제 기간 중 정동야행 리플릿 지참하면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중구민 문화관광해설사와 정동 탐방
지난 3월부터 매주 화·목에 운영하고 있는 정동 탐방 프로그램‘다같이 돌자 정동 한바퀴’가 축제기간 중 총 16회로 확대 운영된다.
26일에는 오후 6시부터 7시30분까지, 27일에는 오후 2시부터 7시30분까지 매시간 정각과 30분에 탐방을 시작한다. 정동극장에 모여 덕수궁 중명전, 구 러시아공사관, 이화박물관, 정동제일교회,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시립미술관을 둘러보는 코스다.
회당 20명씩 총 320명을 대상으로 베테랑 중구민 문화관광해설사 16명이 진행에 나선다. 21일까지 정동야행 홈페이지에 신청하거나 당일 해설사 본부에 신청해도 된다.
개별 시설에 대한 해설을 원하면 구 러시아공사관,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정동회회나무 앞(주한캐나다대사관 앞)을 찾아가면 좋다. 매시 정각, 20분, 40분 단위로 역시 중구민 문화관광해설사의 상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정동의 근대 문화를 꽃피우다, 정동길 체험존
이번 정동야행에는 신문명의 도입지인 정동을 배경으로 꽃피워낸 건축, 미술, 문학 등 근대문화를 갖가지 방법으로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방문객들을 기다린다.
대한제국의 주요역사와 근대 건축기술이 녹아있는 건축물 모형을 만들고 황실 이화문양을 비롯해 많은 근대 미술품을 제작했다는 한양미술품 제작소의 화가가 되어 정동의 다양한 이미지를 스크래치 북에 그려볼 수 있다.
김소월, 나도향 등 배재학당 출신 문인들의 작품 구절을 한지에 직접 써보고 방문객들이 지은 정동야행 4행시 중 우수작품을 뽑는 신춘문예 이벤트도 전개한다.
대한제국 당시 젊은 층 사이에 유행했던 서양식 결혼에서 결혼증명서에 찍었던 서약의 도장을 만드는 기회도 있다. 실제 서약징표로 사용된 도장에 담긴 이야기를 듣고 손수 제작해 보면서 가족이나 연인 간 사랑을 약속하는 시간을 갖는다.
근대 문화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한 경성방송국 부스도 재현된다. 축제에 참가한 시민들과 정동에 대한 추억 등으로 인터뷰를 나누고 사연을 받아 대한제국 최초의 아나운서가 이를 소개한다.
또 최초의 서양식 호텔로 정동에 자리 잡았던 손탁호텔을 3D로 구현한 포토존에서는 당시 복색의 호텔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당시 손탁호텔에 있는 듯한 특수 사진도 촬영한다.
이 밖에 근대 우편사무를 담당한 우정국도 마련되는데 정동야행의 느낌, 추억 등을 담은 엽서를 써 우정국 우체통에 넣으면 1년 후 받을 수 있다.
◆보고 즐기고 참여하고, 곳곳에 이벤트 풍성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서는 26일 오후 8시부터 30분 간격으로 건물 외벽에 영상을 구현하는 미디어파사드를 펼친다. 배재학당 설립자 아펜젤러의 시선으로 본 당시 정동의 모습을 영상과 음악으로 표현한다. 구 러시아공사관 일대에는 LED 꽃이 만개한 정원이 연출된다.
이와 함께 덕수궁 대한문 옆 정동길 입구에는 그림자 포토존을 설치해 정동야행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정동길에서도 매시 30분마다 석고마임과 버스킹 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근대복장을 한‘궁(宮)민’들도 축제장을 돌아다니며 퍼레이드, 깜짝 이벤트 등을 통해 분위기를 고조한다.
정동야행 개방시설을 방문하면서 7개 이상 스탬프를 찍어오거나‘중구 스토리 여행’어플의 오디오 해설을 듣고 7개 이상 발도장을 얻어오면 캘리그라피 기념증서를 증정한다. 아울러 이러한 참여자들에 한해 음식값은 20%, 숙박비는 최고 50%까지 할인해 주도록 정동 인근 음식점 및 관내 호텔과 협의 중이다.
최창식 중구청장은“지난 4회 동안 47만명이 다녀갈 만큼 정동야행은 초기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모두가 기다리고 즐겨 찾는 관광 콘텐츠로 확고히 자리 잡도록 이번에도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다. 근대 역사와 문화가 오롯이 숨쉬는 정동에서 봄밤의 정취와 추억을 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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