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박7일 첫 해외IR 마무리…총 21곳 투자사 미팅+신한베트남銀 인수 리테일부문 격려 '광폭 행보'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사진)이 해외 주요 주주들로부터 '안정적이고 일관된 경영으로 조직을 이끌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신한지주가 과거 경영진 내분 사태로 설립 이후 최대 위기를 겪었던 만큼 혹여나 '제2의 신한사태'가 없길 바라는 의미에서 나온 당부로 해석된다.
취임 후 첫 해외 기업설명회(IR)를 마무리한 조 회장은 지난 13일 귀국 후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취임 후 중장기 전략으로 제시한 신한지주의 '2020 프로젝트'에 대해 해외 투자자들에게 상세히 설명했다"며 "동시에 그들이 신한지주에 무엇을 원하는 지에 대해서도 경청했다"고 말했다.
해외의 기관 투자자를 비롯한 주요 주주들은 조 회장을 향해 꾸준한 실적 창출과 함께 무엇보다 '안정적 경영'을 당부했다고 한다. 신한지주는 과거 2010년 신한은행이 지주 내 핵심 경영진을 고소하면서 촉발된 이른바 '신한사태'로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대외 신인도에 흠이 가는 등 주주들의 우려를 샀다. 한동우 전(前) 회장 체제에서 조직을 다잡고 올초 6년 만의 안정적 세대교체를 이뤘으나 신한 및 주주들로서는 씻기 어려운 악몽인 만큼 차기 신한을 이끌어 갈 조 회장에게 이 같은 내용을 특별히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이번 6박7일간의 출장을 통해 싱가포르, 베트남(호치민), 홍콩 등을 차례로 돌며 총 21곳의 기관 투자자를 만났다. 이동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5개 미팅을 갖는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조 회장은 이번 출장 성과에 대해 "매우 바빴지만 만족스럽다"며 "내 별명이 '조용한 병사' 아니냐"며 지친 기색 없이 밝은 표정으로 답했다.
조 회장은 신한지주의 5.13% 지분을 보유해 국민연금공단(9.25%)에 이은 2대 주주인 블랙록(BlackRock)을 비롯해 2001년부터 제휴를 이어오고 있는 BNP파리바 등 기관 최고투자책임자 및 관계자들과 만나 경영 전략을 공유했다. 그는 "2020 프로젝트가 상당히 스트레칭 돼 있기 때문에 상세히 설명했다"며 "(책임감으로)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해외 투자자들과의 바쁜 미팅 일정 가운데서도 조 회장은 베트남 호치민을 찾아 최근 신한베트남은행이 인수한 호주 ANZ은행의 소매금융 부문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번 인수로 신한베트남은행은 현지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 중 네트워크 규모 1위에 올라선 만큼 연내 실적 성과도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카드, 금융투자, 생명 등 비은행 자회사도 동반 진출해 있는 만큼 시너지도 기대된다.
조 회장은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 해외 첫 진출한 핀테크 육성 프로그램 '신한퓨처스랩 베트남' 랩(lab)장과 만나 지원 상황을 점검했다. 약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출범한 신한퓨처스랩 베트남에는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5개의 현지 스타트업 기업이 소속돼 있다. 베트남 현지 인프라 발달로 추후 정보통신기술(ICT)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외 시장에서의 디지털 확산도 한 발 앞서 추진한다.
한편 신한지주는 오는 17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한다. 18일 예정된 정기 이사회에 앞서 열리는 임시 이사회에서는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에 대한 스톡옵션 지급 여부가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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