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인터뷰서 "적절하다면 영광스럽게 만날 것"
또 돌발발언 나오자 백악관 진화…지난달엔 "영리한 녀석" 평가
CNN 등 "주변 동맹국들 신뢰 훼손" 비판
[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및 대응 방안과 관련해 오락가락하는 자충수를 거듭하고 있다. 그의 즉흥적 발언들이 결국 북한 문제에 대한 협상력과 동맹국의 결속력을 떨어뜨린다는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군사적 타격 가능성까지 강조하며 북한을 압박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직접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주변에서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것은 물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는 게 적절하다면 전적으로, 영광스럽게 그리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시 말해 적절한 환경 아래서라면 그리 하겠다는 것"이라며 "대다수 정치인은 절대 그렇게 말하지 않지만 나는 적절한 환경 아래서라면 그와 만나겠노라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CBS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김 위원장에 대해 "고모부 장성택이든 누구든 많은 사람이 그의 권력을 빼앗으려 시도했으나 권력은 결국 그가 잡았다"며 "그는 '꽤 영리한 녀석(pretty smart cookie)'"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이런 돌발 발언의 진의를 둘러싸고 의혹이 증폭되자 백악관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의 행태와 관련해 조성돼야 하는 많은 조건이 있고 신뢰의 좋은 신호가 보이기 전까지 조성돼야 하는 많은 조건이 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분명 그런 조건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이어 "북한 스스로 그런 환경을 보인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준비에 나서겠지만 지금의 북한은 분명히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영광스럽게'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스파이서 대변인은 김정은이 "여전히 국가 원수"라며 "외교적인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김 위원장이 똑똑하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많은 잠재적 위협이 있었고 많은 사람의 우려에도 그가 그럭저럭 북한을 이끌어 왔음은 분명하다"며 논란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CNN 방송은 이와 관련해 "북한의 위협으로 한반도 주변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주변 동맹국들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발언이 대북 군사조치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한 지 불과 며칠 만에 나온 것이라며 급작스런 말바꾸기를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정치 전문지 '워싱턴 이그재미너'와 가진 회견에선 이렇게 발언했다. "북한이 나를 짓누르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도록 놔둘 수는 없다. 최악을 대비해야 한다."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누가 안전하겠는가. 그 자(김정은)는 핵무기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밝힌 강경 대응 방침이다.
한국 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비용에 대한 갑작스런 발언과 관련해서도 미 언론들은 한국 내 반대 여론과 혼란만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발언은 결국 향후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강도와 협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선제타격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조속한 협상 재개를 희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 성급히 노출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 문제 해결의 최종 수순으로 여겨진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미리 제시함으로써 북한이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 이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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