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는 4월 26일 성주에 있는 롯데 골프장 부지에 이미 배치돼 적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태세에 돌입한 상태다. 이 사드 포대는 미군이 록히드 마르틴 회사에 대금을 지불한 후 텍사스에 배치해둔 것을 이동시킨 것이다. 이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시 주한미군과 한국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배치되었고, 따라서 한국은 필요한 부지를 제공하고 있다.
사드가 배치된 다음 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10억달러에 달하는 사드 포대의 운영비용을 한국이 부담하기를 희망했지만, 비용문제는 이미 종료된 상태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의도는 사드 문제 나아가 한미동맹에 관한 실망감의 표시일 가능성이 더욱 높다. 미국이 고가로 구입한 무기를 배치해 한국을 보호해주고자 하는데 일부 정치인들까지 배치를 반대하고, 주민들이 도로를 점거해 방해하는 것을 보고받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미동맹이 어떤 경우에도 확고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트럼프는 호혜성 여부에 따라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먼저 우리는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란에서 지나친 점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미군의 사드 레이더 2기를 배치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첫 번째 레이더 배치에는 1년, 두 번째는 1년 10개월만 소요되었고, 우리와 같은 논쟁은 없었다. 이에 비해 우리는 2014년 6월 사드배치 방침이 공개된 이후 3년 가까운 기간을 논쟁했을 뿐만 아니라 사드의 성능이 입증되지 않았다거나 유해한 전자파가 나온다는 루머에 흔들렸다. 지난해 7월 한국 기자들이 괌의 사드 포대에서 전자파를 측정했을 때 허용치의 0.007%에 불과했듯이 전자파의 유해성도 매우 낮다. 결국 우리는 근거없는 논쟁으로 상당한 시간을 낭비했고, 아직도 반대가 적지 않다. 미국의 정책결정자라면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심지어 일부 국민들은 중국이 반대하니 사드 배치를 연기하거나 포기하자고 말하기도 한다. 이웃 국가인 중국이 우리의 국방문제에 간섭하는 것은 당연히 잘못됐지만, 그러한 간섭을 수용하자는 것은 더더욱 잘못된 일이다. 더구나 사드는 중국이 유사시에 미국으로 발사하는 대륙간탄도탄을 요격할 수 없고, 그 레이더도 1000km 정도의 탐지거리에 불과해 중국의 군사활동을 탐지할 수 없다. 정작 사드가 배치되자 중국의 반대가 줄어든 것은 사드의 실제 능력이 중국인들에게 알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분들이 미국의 정책결정자라면 미국보다 중국을 더욱 중요시하는 한국을 동맹국으로 생각하겠는가.
'자율성-안보 교환(Autonomy-Security Trade-off)'이라는 동맹이론에 의하면 약소국은 강대국에게 일부의 자율성을 양보하고, 강대국은 약소국에게 유사시 강력한 안보지원을 제공함으로써 동맹은 유지된다. 실제로 한국은 물론이고, 유럽의 나토와 일본도 미국의 안보지원을 획득하는 대신에 미군에게 기지와 편의를 제공하거나 주둔비용을 분담한다. 유념할 필요가 있는 것은 미국에게 동맹국이 필요한 정도보다 동맹국들이 미국을 필요로 하는 정도가 더욱 크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지속하고자 한다면 미국의 요구를 적절하게 수용해야한다. 이것이 바로 용미(用美)의 지혜일 것이다.
북한의 핵위협을 억제하는 데 미국의 대규모 핵응징보복 약속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 한국은 한미동맹을 더욱 지혜롭게 관리하지 않을 수 없다. 자주와 동맹을 어느 선에서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트럼프의 10억달러 발언은 한국에게 그러한 고민의 필요성을 환기시키는 사례다. 다음에는 주한미군 철수와 같은 극단적인 발언이 나올지도 모른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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