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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는 지금] 막가파식 이민단속 美 뿌리 흔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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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는 지금] 막가파식 이민단속 美 뿌리 흔들려 미국 이민단속국(ICE) 직원과 경찰이 지난 2월 로스엔젤레스에서 전국 단위 불법 체류자 단속 중 체포한 이를 경찰차에 태우고 있다.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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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블루 문 생맥주 피처 하나와 안주로 치킨 윙 세트와 케사디야를 한 접시씩 주세요."


"저…죄송합니다. 오늘 저희 식당에서 일반 요리는 제대로 제공하기 힘듭니다. 간단히 샐러드 메뉴에서 고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네??"


얼마 전 미국 뉴저지의 한 술집 겸 식당에서 직접 주고받았던 대화 일부다. 식당이 허름해도 치킨 요리를 곧잘 한다고 입소문이 나서 미국인은 물론 한국인 손님들에게도 인기를 끌던 곳이다. 그런데 이날 저녁 안주 주문은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이유를 물으니 직원은 좀 난처한 표정을 짓다가 "오늘 주방 보조 직원들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주방 요리사가 혼자 일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더 이상 서빙이 힘들 것 같습니다"고 털어놓았다.


여기서 '주방 보조 직원'이란 더 물어보지 않아도 불법체류(불체) 신분의 히스패닉계 직원들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 불법 이민자 및 체류자에 대한 강력 단속에 겁먹은 직원들이 무단결근을 한 것이다.


지난주에 만났던 뉴욕의 한인 식당 주인도 비슷한 하소연을 털어놓았다. 아침 일찍부터 장사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데 요즘은 매일 새벽마다 불안해진다는 얘기였다. 불체자 신분으로 일하는 종업원들이 갑자기 아무 소식도 없이 출근하지 않는 날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주인에 따르면 주로 단체 숙소에서 생활하며 저임금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히스패닉계 불체자들은 '오늘, 내일 단속이 뜰 수 있다'는 소문만 돌아도 아예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꼭꼭 숨어 지낸다. '잡히면 곧바로 추방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잘 알고 있으니 주인 입장에서도 무단결근 뒤에 나타난 이들에게 야단을 칠 수도 없는 입장이란다.


실제로 요즘엔 '월마트 괴담'까지 나돌 정도다. 내용은 이렇다.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공룡인 월마트는 '저가 마케팅'으로 유명하다. 월마트가 진출한 곳은 고급 주택지가 아니다. 주요 고객들이 저소득층이다 보니 자연히 소득이 낮은 히스패닉계나 불체자들의 구매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들의 외출이나 경제활동이 위축돼 월마트 매출도 큰 타격을 받고 있고 경영도 흔들릴 것이란 얘기다. 과장된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그냥 넘길 얘기도 아닌 것이 미국의 현실이다.


실제로 요즘 미국 언론에선 연일 이민단속국(ICE)의 기습 단속과 국외 추방 기사가 줄을 잇고 있다. 단순히 불체자뿐만이 아니다. 히스패닉계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계 이민사회 전체의 불안감과 공포, 불만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직후엔 불체자 중에서도 중요 범법자들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일이라는 안이한 분위기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엔 단속과 추방 조치가 더욱 거침없이 이뤄지고 있고 그 대상도 날로 넓어지는 추세다.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라면 정당한 신분으로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이라도 언제든 '미국에서 추방될 수 있다'는 막연한 공포감이 확산될 정도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첫 전국 단위 불법체류자 체포 단속은 지난 2월13일 전격적으로 실시됐다. 미국 언론들은 뉴욕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9개 주에서 동시다발로 실시된 단속을 통해 680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은 당시 "이번 단속은 일상적인 것이며 주로 중범죄 불법체류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며 미국 사회를 '안심'시켰다. 그는 체포자 가운데 4분의 3이 범죄 경력자였고 대중의 안전에 위협이 되거나, 과거 범죄행위로 기소됐거나, 이민법을 위반했거나, 이미 추방당했다가 다시 불법 재입국한 사람들이 중점 단속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불과 며칠 뒤인 지난 2월21일 발표된 국토안보부의 행정각서 내용은 훨씬 더 광범위해졌고 초법적이기까지 하다. 행정각서는 "국토안보부는 향후 단속에서 추방할 수 있는 외국인 중 어떤 예외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했다. 켈리 장관은 한술 더 떠 지난 16일 NBC방송에 출연, "앞으로 단 한 차례 음주운전으로 적발돼도 추방 재판에 회부될 수 있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민 관련 시민단체들과 일부 변호사들은 이를 두고 "사실상 모든 이민자ㆍ외국인을 행정집행 대상자로 삼겠다는 의도를 밝힌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반발 성명도 잇따랐다.


기우만은 아니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제도 개선으로 추방이 유예됐던 불법체류청년추방유예(DACA) 프로그램 수혜자(DREAMER)들에 대한 추방도 본격화하고 있다. DACA 프로그램은 16세 생일 이전 부모를 따라 미국에 입국했던 30세 이하 불체자들에게 한시적 추방유예를 해 주고 노동허가서ㆍ운전면허증 등도 발급해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취임 이후 75만명에 가까운 DACA 수혜자들에 대해서만은 추방에서 구제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20일 USA 투데이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한 달 동안에만 이미 43명의 DACA 수혜자가 추방됐고 676명이 추방 절차를 밟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후안 매뉴얼 몬테스(23) 추방사건은 이민사회는 물론 일반 미국인들에게도 논란 거리다. 몬테스는 지난 2월17일 멕시코 국경에 인접한 캘리포니아주 칼렉시코에서 택시를 기다리다 불심검문을 당했다. DACA 수혜자 신분증이 든 지갑을 두고 나온 몬테스는 곧바로 구치소에 수감됐다. 9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서 살아온 몬테스는 자신이 잘 알지도 못하는 서류에 서명한 뒤 불과 3시간 만에 멕시코로 추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몬테스는 지난 19일 캘리포니아 남부연방지법에 "DACA 유효기한이 내년까지인데도 이를 입증할 기회도 부여받지 못한 채 부당하게 추방당했다"며 소장을 제출했다. 마침 몬테스 사건은 곤살레스 쿠리엘 판사에게 재판이 배정되면서 세간의 눈길을 더욱 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멕시코계 미국인인 쿠리엘 판사가 '트럼프대학 사기 사건' 재판장을 맡자 "(자신에 대한 편견이 있는) 멕시코계 혈통이어서 공정한 판결을 할 수 없다"는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한편 트럼프 정부의 강력한 반(反)이민 정책이 '이민자의 나라' 미국의 경제력, 특히 노동력의 근간을 흔들 것이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17일 이민이 사라지면 2020~2030년 미국의 노동 가능 인구가 한 해 0.2%씩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지난 2월 기명 칼럼을 통해 지난 한 해 2600만명의 이민자들 덕분에 미국 경제가 2조달러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었다는 보고서를 소개하면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려면 더 많은 이민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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