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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는 지금]공유 자전거 천국 베이징…불편한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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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앱으로 QR코드 찍으면 손쉽게 대여·결제
저렴한 요금 경쟁력…근거리 자출족에 인기
'빅2' 오포·모바이크 등 29개사 우후죽순


디지털 지갑·GPS 추적 등
사용자 편의 플랫폼 되레 부작용 양산
파손·도난·교통사고 등 사회 문제화

[G2는 지금]공유 자전거 천국 베이징…불편한 진실은 중국 최대 공유 자전거 회사 오포가 베이징 도심에 새 노란색 자전거를 실어 나르고 있다. 이 자리에 있던 경쟁사 모바이크의 주황색 자전거와 어우러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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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기자가 사는 곳은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구 왕징의 한 아파트다. 평소 자주 가는 2㎞ 남짓 거리의 한식당은 느린 걸음으로 20분이 걸린다. 요즘은 5㎞ 안팎 웬만한 거리를 이동할 땐 주로 자전거를 탄다. 자전거를 새로 산 게 아니다. '공유 자전거(共享單車)'가 온 사방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만 벗어나면 형형색색의 자전거를 언제든 마음껏 골라 탈 수 있다.


가장 편리한 건 타고 간 자전거를 아무 곳에나 반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볼 일을 다 보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켜면 '주인님'을 기다리는 또 다른 자전거 수십 대가 깜빡인다. 주로 100m 이내에서 5분 내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앱을 켜 자전거에 붙은 QR 코드를 스캔하거나 고유 번호를 입력하고 자물쇠 비밀 번호를 누르면 끝이다. 기자가 애용하는 자전거는 야진(押金·보증금)이 99위안이며 시간당 요금은 1위안(약 165원)으로 저렴해도 너무 저렴하다. 중장거리 이동 수단으로는 차량 공유 서비스 디디추싱(滴滴出行)을, 단거리를 움직일 때는 자전거 공유 앱을 활용하는 건 일상생활이 돼 버렸다.

[G2는 지금]공유 자전거 천국 베이징…불편한 진실은 중국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 중국인이 공유 자전거 회사 오포의 수리 센터에 수북이 쌓인 고장 난 자전거 옆을 지나고 있다.[사진=EPA연합]

◆대륙 강타한 공유 자전거 '광풍'= 올해 들어 중국의 '공유 경제' 바람이 자전거로 옮겨 붙었다. 베이징의 거리는 순식간에 알록달록한 색깔 자전거로 물들었다. 공유 자전거 서비스 업계의 양대 산맥인 오포(ofo)의 노란색, 모바이크(Mobike)의 오렌지색 자전거가 가장 쉽게 눈에 띄지만 하룻밤 사이 파란색·녹색 등 새로운 자전거가 슬며시 대열에 합류한다. 길을 가다 막 공장에서 출하한 신상품을 대형 트럭으로 싣고 와 보도에 가지런히 나열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하루에만 수차례다.


현지에서 직접 목격한 바로는 말 그대로 하루아침에 광풍이 닥쳤다. 일시적인 유행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시장 '파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중국 자전거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달 말 현재 중국 내 공유 자전거 서비스 제공 회사는 29개까지 늘었다. 현재 도로에 깔린 공유 자전거는 200만대 수준으로 연내 2000만대를 넘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는 중국의 지난해 연간 자전거 내수 판매량과 맞먹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공유 자전거는 2014년 오포가 베이징대학교 내에서 학생의 편의를 위해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시초다. 오포는 낡은 자전거를 모아 노란색으로 페인트칠을 해 재보급하면서 입소문을 탔다. 2015년 1월 설립된 모바이크는 자전거를 직접 개발·생산해 학생뿐 아니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혔다. 올해 1월에는 대만 폭스콘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기술력 우위를 내세워 매섭게 추격 중이다.

[G2는 지금]공유 자전거 천국 베이징…불편한 진실은 중국 허베이성 한단시에 위치한 오포 자전거 생산 공장에서 직원들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사진=AFP연합]


◆공유 자전거 '산업 사슬' 가치만 1000억위안= 중국 경제 성장을 이끄는 한 축인 공유 경제의 '붐'을 자전거가 이어받으면서 전후방 유관 산업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사양길을 걷던 자전거 생산 공장은 요새 밤낮 없이 돈다. 관영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광둥성 선전시 소재 자전거 제조사 코맥스는 밀려드는 주문에 생산 라인을 확충하고 인력 200명을 신규 채용했다. 생산 능력은 5000대에서 50만대로 확 늘렸다.


톈진의 한 자전거 제조사는 지난달 90만대를 생산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 공유 자전거 스타트업이 발주한 물량이었다. KOTRA 광저우 무역관 관계자는 "업스트림의 자전거, 자물쇠 제조는 물론 다운스트림의 빅데이터, 소통 등 가치 서비스 영역을 더하면 산업 사슬의 가치는 1000억위안(약 16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내수시장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일부 대형 업체는 이미 해외로 발을 뻗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1000대의 공유 자전거 서비스를 운영 중인 오포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영국 런던 등 북미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미국의 경쟁사 비사이클의 경우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고 통행증을 따로 구입해야 하며 지정 장소에 반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오포는 간단ㆍ편리성을 무기로 정면 대결에 나선다는 목표다. 시간당 1000원에 못 미치는 낮은 가격도 중국 업체의 최대 경쟁력으로 꼽힌다.


굵직한 대기업이 투자를 자처하는 것도 미래 성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오포는 샤오미와 디디추싱으로부터 1억3000만달러를, 모바이크는 텅쉰(텐센트)과 미국 세쿼이아캐피털 등으로부터 1억1000만달러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앱 비중으로는 1분기 거래액 기준 오포가 51.2%로 선두를 달리고 모바이크는 40.1%로 뒤 따르고 있다. 시장의 90% 이상을 두 업체가 점유하는 셈이다.

[G2는 지금]공유 자전거 천국 베이징…불편한 진실은 형형색색의 공유 자전거가 보행로에 가득 들어차 있다. 좁아진 보도에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과 걸어가는 행인이 뒤엉켜 있다.[사진=AP연합]


◆두통 유발하는 자전거 왕국의 '불편한 진실'= 공유 자전거 이용자는 주로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인 10명 중 6~7명이 출퇴근 시 교통수단으로 사용한다고 답했다. 이 외에 '시내 근거리 외출 사용(57.1%)' '학교 내 이동 수단(38.7%)'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공유 자전거 산업이 불과 3년여 만에 빠르게 성장하다 보니 각종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불법 주차는 기본. 파손·도난, 교통 법규 위반이 만연하며 심지어 사망 사고까지 발생해 또 다른 사회 문제로 비화할 조짐이다.


공유 자전거는 철저하게 사용자 편의에서 고민했던 장점이 한순간에 단점으로 바뀔 수 있는 양면성을 지녔다는 게 전문가의 공통 목소리다. 특정 반환 장소가 없어 아무 데나 버려질 수 있고, GPS가 장착돼 있더라도 최종 사용자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파손 및 도난 사고는 하루에만 수백 건이 넘는다. 베이징에 위치한 오포 수리 센터에는 하루 400대 이상의 파손 자전거가 입고되며 수리를 기다리는 자전거만 4000대에 달한다.


양펑춘 베이징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하철역 인근에 널브러진 자전거 더미를 발견하는 건 흔한 광경이 돼 버렸다"면서 "도시를 설계할 때 자전거 전용 시설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990년대만 해도 자전거는 중국인의 삶의 일부이자 주요 교통수단이었으나 불과 20년 전부터 자동차를 기둥 산업으로 전환하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대다수 중국 도시가 자동차 편의 위주로 형성됐고 자전거에는 매우 비우호적인 환경"이라고 했다.

[G2는 지금]공유 자전거 천국 베이징…불편한 진실은 중국 베이징의 한 주차장 관리인이 '공유 자전거 진입 금지' 푯말을 세워 놨다.


교통 안전 문제는 더욱 골치다. 지난달 상하이의 한 교차로에서 11세 남자 아이가 공유 자전거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을 두고 책임 공방이 일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만 12세, 신장 145㎝ 미만 아이의 공유 자전거 사용을 금했지만 스마트폰 결제 등을 이용한 법의 사각지대를 정부도 기업도 피할 수는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파파라치' 문화도 생겼다. 개인 자물쇠로 잠그거나 자전거를 숨기고 지정 장소에 주차하지 않는 등 공유 자전거의 불법 행위를 '시민 사냥꾼(單車獵人)'이 몰래 촬영하고 신고하는 방식이다. 정부도 공유 자전거 품질과 안전에 관한 각종 규범을 속속 내놓고 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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