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조사위 오늘 결과 발표…사법부 비판적인 학술대회 축소 지시 의혹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는 18일 대법원 고위 간부가 사법부에 비판적인 학술대회를 축소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 등을 조사한 결과, 진보성향 판사들의 사법개혁 움직임을 부당하게 견제하려 했다는 의혹 일부를 인정했다.
다만 “‘사법부 블랙리스트’가 존재할 가능성을 추단하게 하는 다른 어떠한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혀 조사 결과 조직적인 의도나 불이익은 없었다고 밝혔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문으로까지 비화됐던 이 사태는 이번 일로 지난달 물러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앞서 법원행정처로 발령받은 수도권 법원 출신의 이모 판사를 통해 법원 내 국제인권법연구회와 관련한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에서 비롯됐다.
파문이 확산되자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인복 사법연수원 석좌교수(전 대법관)를 위원장으로 하고, 20여명의 법관 등으로 조사위를 꾸려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8일까지 26일간 조사를 벌였다.
이 기간 동안 조사위는 ▲전문분야연구회 중복가입 해소 조치 관련 의혹 ▲법원행정처 심의관 인사발령과 겸임해제 관련 의혹 ▲이와 관련한 처리 및 수습과 관련된 사법행정권 남용, 특정 연구회 활동 견제 및 특정 학술행사에 대한 연기·축소 압력 의혹 등을 조사했다.
조사위는 “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연구회 내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활동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주목했지만 회원들에게 불이익을 준 사례를 찾아볼 수 없어 부당한 견제와 압박 의혹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동학술대회에 대한 부당한 견제 의혹에 대해서는 “연구회 관계자들에 대해 여러 방법을 동원해 학술대회 연기 및 축소 압박을 가한 점은 부당한 행위로 보인다”며 “행정처도 그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복가입 해소조치 관련 의혹은 학술대회를 견제하기 위한 부당한 압박을 가한 제재조치로 사법행정권의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이모 판사의 인사발령과 겸임해제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부당한 지시 거부에 대한 제재조치로 인정하지 않았다.
조사위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존재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 여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조사위는 사법제도에 관한 논의의 공론화 필요성, 행정처의 업무처리 시스템과 관행 개선 등을 제안했다.
이인복 위원장은 법원 내부통신망(코트넷)을 통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법원과 법원행정처는 현재의 사법행정권이 법관의 독립을 수호하기 위해 무엇을 자제하고 무엇을 염려하며 무엇을 확보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제도 개선의 지향점과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사법행정의 궁극의 목표는 법관들이 수행하는 재판업무를 조력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재판권 행사가 이루어지도록 법관들을 보필하는 데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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