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양재동 복합물류센터와 중국 화푸 오피스빌딩 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수백억원을 횡령ㆍ배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60)에게 징역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1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대표와 중국인 민펑전(65)씨의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8년과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실질적 사업주체인 법인이 의사결정권한을 행사하면서 특수목적법인 명의로 보유한 자금에 대해 현실적 지배를 하고 있는 경우, 사업주체인 법인의 대표자 등이 특수목적법인의 보유 자금을 정해진 목적과 용도 외에 임의로 사용하면 위탁자인 법인에 대해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두 사람이 사전 공모에 따라 이 사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중 120억 원을 횡령해 수수한 것으로 인정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중국인인 민씨에 대해서는 “그 행위가 외국에서 이루어진 경우에도 행위지의 법률에 의해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소추 또는 형의 집행을 면제할 경우가 아니라면 그 외국인에 대해서도 우리 형법이 적용돼 우리 법원에 재판권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 전 대표는 2007년 12월~2008년 12월 중국 화푸 오피스빌딩 건설 사업 자금 조달을 위해 우리은행으로부터 3800억원 규모의 PF 대출을 받고 12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2010년 기소됐다. 또 파이시티 개발을 추진하던 2004~2009년 자신과 관련이 있는 회사 6곳에 담보 없이 총 571억여원을 빌려준 혐의로 2013년 추가 기소됐다.
이 전 대표는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1·2심은 “이 전 대표가 화푸 오피스빌딩 사업 진행 과정에서 158억원 이상을 횡령하고, 은행 직원에게 대가로 28억6000만원을 지급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가 인정한 전체 횡령ㆍ배임 피해액 규모는 800억원에 이른다. 1심은 이 전 대표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이보다 높은 8년을 선고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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